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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삼성SRA자산운용(이하 삼성운용)이 매입한 더케이트윈타워 인수대금 7100억원 가운데 약 3100억원을 제공했다. 삼성운용은 인수 대금의 절반가량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에서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 37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KB증권에서 끌어온 셈이다. 삼성SRA운용이 인수협상을 벌였는데 KB금융이 지분가치의 대부분을 인수하면서 잠시나마 건물 주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인수구조를 짠 것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홍콩계 투자회사 림 어드바이저스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한 달 내 거래를 마치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펀드를 포함한 부동산 큰손들도 가격이 수천억원이 넘는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를 할 때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다 쓴다. 그런데 이런 기관들은 내부 심의절차가 복잡해 우협 대상으로 선정된 지 한 달 이내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KKR 등은 한 달 내 매수 자금을 확실하게 지불할 거래 구조를 원했고, 삼성SRA 측은 거금을 투자하면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KB증권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KB증권으로서는 총액인수한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기고, 삼성운용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먹는 그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000억원을 조달하려면 여러 기관이 필요한데, 1개월 내 투자를 승인하고 자금을 집행할 기관은 없다”면서 “더케이트윈타워 우협 선정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게 이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더케이트윈타워는 입지가 좋고 안정적인 세입자를 많이 확보해 국내 기관들이 적극 투자하려는 분위기다.
국내 한 공제회 관계자는 “시내 한복판 위치한 대형건물 중에 그만한 입지는 많지않다”면서 “안정적 수익이 가능해 투자하려는 곳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셀다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지분을 일부 들고 있어도 배당수익을 얻을 수 만큼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매각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준공된 더케이트윈타워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쌍둥이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16층으로 구성돼 있다. 연 면적 8만 3878㎡ 규모다. 주변에 경복궁과 주한미국대사관, 일본대사관 등이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우리카드, 케이뱅크, 매일유업 등의 본사가 입주해 공실률은 10% 미만이다. 2014년 KKR와 홍콩계 투자회사 림어드바이저스가 평당 약 2000만원, 총 5000억원에 샀다가 최근 3.3㎡(평)당 2810만원에 삼성SRA자산운용에 되팔며 단위면적당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