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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시 돌려준다…교묘히 피해가는 성공보수 금지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사건을 수임한 일부 변호사들은 성공보수가 포함된 금액을 먼저 받고 조건달성에 실패했을 시 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payback)’ 방식으로 성공보수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뢰인이 요구하면 종전과 같이 성공보수 약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7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과 결부하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등을 해칠 수 있다며 무효로 판결했다. 형사성공보수 약정은 사실상 불법으로 효력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계약을 맺지 말라는 얘기다.
종전 형사사건 수임료는 성공옵션이 많았다. 예를 들어 일정금액을 착수금 명목으로 받고 구속·불구속 또는 무죄·유죄, 실형·집행유예 등 결과에 따른 성공보수를 추가로 받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이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아도 이를 민사소송을 통해서 받아낼 수 없게 됐다.
결국 페이백 수임료 방식은 의뢰인이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소송으로도 받을 수 없으니 미리 받아두자는 꼼수인 셈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페이백 수임료 방식은 성공보수를 먼저 받느냐 또는 나중에 받느냐의 차이일 뿐 성공보수의 성격은 동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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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형사성공보수를 ‘반사회질서의 행위’로 규정하긴 했지만 성공보수 약정을 맺었다고 해도 이를 처벌 또는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강제력은 전혀 없는 셈이다.
전국 변호사에 대한 관리 감독권한을 가진 대한변협 역시 성공보수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대법원의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 후 2년이 지났지만 이와 관련해 대한변협이 징계한 변호사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형사성공보수를 계약을 맺은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협 자체 징계 조항 등도 없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여전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크다. 특히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먼저 성공보수 약정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의뢰인이 성공보수 약정 형식으로 돈을 지불하길 강하게 요구해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B변호사는 “의뢰인이 ‘열심히 해준다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며 성공보수 방식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뢰인 입장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은 좋은 점이 많은데 대법원이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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