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약경쟁률 빠졌다고 미소 짓는 정부

  • 등록 2016-12-23 오전 5:00:00

    수정 2016-12-23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하고 3주가 흘렀다. 분양권 전매 제한 및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이 대책이 지난달부터 시행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청약접수를 진행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파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평균 4.78대 1의 한자리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아파트도 청약률이 평균 5.04대 1에 그쳤다. 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 10월 현대산업개발이 마포구 신수동에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가 평균 74.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을 때와는 딴판이다. 청약시장 열기를 잠재우겠다던 정부의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흡족해하며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던 당초 목표대로 시장 상황이 흘러가는지,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문제는 금리와 대출 규제다. 지난 6월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 아파트를 계약한 주부 최모(38)씨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 3%대 중반 인데 기준금리마저 상승하면 향후 잔금대출시 부담이 될 게 뻔하다”며 푸념했다. 여기에 아파트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을 처음부터 나눠갚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빌려야 한다는 내용의 11·24 가계부채 대책까지 나오면서 내년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 당첨된 수요자들의 고심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죽이기는 쉽다. 하지만 꺼져가는 주택시장 불씨를 되살리기는 여간 쉽지 않다. 정부는 늦기 전에 적절한 완화책도 내놔야 한다. 금리 상승이 예고된 만큼 국토부는 금융 담당 주무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청약경쟁률이 낮아졌다고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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