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AI혁명 맞선 '포스트 PC'시대 열린다

  • 등록 2016-10-12 오전 5:00:00

    수정 2016-10-12 오전 5:00:00

[강용남 한국레노버 사장] 세계적 정보기술(IT)자문기관 가트너가 얼마전 개인용컴퓨터(PC)시장과 관련해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오는 2020년이 되면 기존 PC 업체들이 사업을 전면 재편하거나 철수해야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PC시장이 곧 종말을 맞이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나 전세계 PC 1위 업체의 한국 대표인 본인의 개인적 견해는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

우선 가트너 전망부터 살펴보자. 가트너는 전통적인 PC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으며 향후 5년간 사용될 PC 숫자도 2015년에 비해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PC 업체들이 대응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기존 업체의 인수합병(M&A)이며 △두 번째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 △세 번째는 기존 판매 방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판매하는 것이다.

사실 PC의 종말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언급되어온 화두다. 그러나 한번 돌이켜보자. 과연 PC가 종말을 맞이 했는가. PC 자체에 대한 수요는 분명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많은 조사기관이나 전문가들은 ‘포스트 PC 시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을 가진 태블릿이 나오면서 많은 이들이 노트북 대신 태블릿을 구매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태블릿 시장 상황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최근 태블릿 시장은 4분기 연속 출하량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있다. 노트북의 다양한 기능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태블릿의 성능이 그 원인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태블릿에 키보드를 부착해 노트북의 기능을 모방한 ‘투인원’ 제품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가트너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인원과 같은 하이브리드 기기는 2019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77%에 달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레노버를 포함해 글로벌 PC기업들은 가트너에서 제시한 세 번째 대안을 이미 시도하고 있다.

다시 생각을 해보자. PC는 과연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태블릿을 기존 PC와 완전히 다른 기기라고 한다면 맞겠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을 볼 때 태블릿은 변형된 컴퓨팅 기기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태블릿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며 스마트TV, 스마트 냉장고, 가정용 개인비서 로봇, 심지어 스마트 카 역시 컴퓨팅이라는 핵심을 기존과 다른 외형으로 제공하는 이른 바 ‘PC 플러스’ 기기이다.

다시 질문해보자. PC는 종말을 맞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펴 PC는 ‘PC 플러스’ 영역으로 외연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중이다. 사물인터넷(IoT)의 가속화로 이러한 외연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PC업계로서는 오히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PC 플러스 시대가 가져올 엄청난 기회를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은 자명하고 새로운 경쟁자들도 기존 시장에 진입할 것이며 반대로 기존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이 되든 이 모든 방향은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소비자 요구는 더욱 복잡해지면서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트너에서 제시한 대안처럼 소비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새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모든 방향을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PC 플러스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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