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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주를 취득했다. 금액으로 10억7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1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 분기 단위로 지분 변동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버핏이 언제 애플 주식을 사들였는지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지만, 1분기 중 대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애플은 위기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회계연도 2분기(1∼3월) 애플의 매출액은 505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13년만에 첫 매출 감소다.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도 애플은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애플의 신화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버핏은 애플 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 2012년 IBM에 투자하면서 애플엔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IBM이 잘못될 가능성이, 구글이나 애플이 잘못될 가능성보다 더 적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애플에 실망했다고 말하기 시작하자 버핏은 반대로 움직였다. 사람들을 주식을 팔 때 서둘러 애플 주식을 사모았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애플 주식은 이제 버핏의 입맛에 딱 맞는 주식이 됐다”면서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졌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줄었지만 애플은 여전히 한 분기에 10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우리 돈으로 12조원 가량의 현금이 3개월마다 들어온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애플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49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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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차기작인 아이폰7에 대한 기대감도 요인이다. 아이폰7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LCD처럼 패널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그만큼 OLED는 더 얇게 설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구부려(flexible)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컬빈더 가르차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애플의 매출이 12%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가 현재보다 6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버핏이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애플 주가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현재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3.99% 급등한 94.27달러를 기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