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지은 탓에 가격은 하락세
임대수익률도 4%대로 추락 우려 커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박태진 기자] 지난해 9월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된 ‘광교 중흥S-클래스 레이크힐’ 오피스텔은 총 230실 모집에 무려 10만 522명이 몰려 평균 437.0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 불어닥친 청약 열기와 탁월한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조망권을 등에 업고 역대 오피스텔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방침 등으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 오피스텔은 분양 후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 미분양이 20% 가량 남아 있다.
지난해 주택시장 호조세에 편승해 분양 물량을 마구 토해냈던 오피스텔 시장이 연초부터 공급 과잉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1~2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시장 침체기였던 2012~2014년 4만실 이상이 매년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에는 공급 물량이 5만실을 넘어섰다. 올해도 예년 수준인 약 4만 5000실이 전국에서 분양될 예정이어서 임대 수익률 및 가격 하락 등 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물량은 넘치고, 가격은 떨어지고
공급 쏠림 현상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오피스텔 공급 집중 지역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송파구 문정지구 등이다. 마곡지구에서는 올해 서울 전체 입주 물량(1만 4944실)의 절반에 육박하는 6994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문정지구도 올해 3013실이 집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두 곳만 합쳐도 입주 물량이 1만실이 넘는다. 강서구 마곡동 K부동산공인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그동안 분양이 잘돼 공급 물량 대부분이 소화됐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오피스텔을 너무 많이 지어 작년 연말부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수익성 악화…연 5% 수익률 붕괴 초읽기
공급 과잉은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오피스텔의 연간 임대수익률은 2008년 6.07% 수준이었지만 매년 하락하다가 지난해엔 5.2% 선까지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심리적 저지선인 연 5% 수익률 붕괴도 시간 문제란 얘기가 나온다. 수익률이 4%대로 내려앉으면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도 오피스텔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송파 푸르지오시티’(1249실) 전용면적 24.9㎡짜리 오피스텔은 지난해 상반기 월세 65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받다가 현재는 60만원으로 떨어졌다. 문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낮춘 오피스텔 매물이 적지 않지만 임대 수익성 악화로 투자 매력이 사라져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오피스텔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대출을 60% 정도 끼고 있는데 수익률이 4%대로 떨어지면 투자의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향후 금리까지 오르면 투자 수요는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오피스텔은 올해 전국에서 예년 수준인 4만 5000실 정도가 공급될 전망이다. 분양 계획을 확정한 2만 490실 중 서울·수도권 물량은 60%가 넘는 1만 2443실에 이른다. 공급 지역도 대부분 서울 마곡지구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용인시 등 이미 오피스텔이 넘쳐나는 곳들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수도권엔 공급이 많이 몰려 물량이 단기간에 소화되긴 힘든 곳이 적지 않다”며 “오피스텔 투자에 앞서 입지 및 투자 수익률 분석은 물론 주변 공급량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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