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사정동에 있는 대전 오월드의 한상민 주임. 이곳 사파리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호랑이, 사자만큼이나 사파리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 주임의 직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파리 엔터테이너’. 직업명이 말해주듯 사파리를 찾은 관람객들을 유머와 위트로 즐겁게 만드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다.
중국 속담에 ‘웃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웃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얘기다. 장사하는 사람은 스스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을 웃겨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파리 ‘가이드’가 아닌 사파리 ‘엔터테이너’라는 이름의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 배경이다.
웃음을 선사받은 고객은 오랫동안 이 경험을 기억하고 다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다고 한다. 웃음이 재구매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사파리 관광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사파리 관광을 한 고객은 또다시 그곳을 찾는다.
대전 오월드의 사파리투어는 이런 유머 파급력을 현장에 활용해 고객감동을 창출해내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다. 대전 오월드는 삼성 에버랜드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파리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대전 오월드에는 한 주임을 비롯해 모두 7명의 사파리 엔터테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그의 출발은 평범했다. 사파리를 관장하는 대전도시공사 직원으로 입사해 사무직 직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업무를 모색하던 중 마침 사파리 투어를 담당하던 부서에 결원이 생긴 것을 알고 자진해서 지원했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저하지 않고 자원했지요”. 그는 이때 사파리 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대형버스 면허증까지 따는 억척을 보였다. 한 주임은 ‘사파리 엔터네이너’라는 명칭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투어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사나, 동물을 설명하는 일명 ‘가이드’로 불리는 걸 가장 싫어한다.
“사파리 투어하면서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마땅히 엔터네이너라고 불려야 합니다.” 그는 엔터테이너라는 직업을 고객지향적인 관점에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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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물들이 처한 상황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위트에 고객들이 웃음으로 반응할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란다. 휴일에는 몰려드는 사파리 관람객들로 15분 걸리는 사파리 투어를 하루 30~ 40번까지 운행한다.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 운전하며 고객을 즐겁게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각장애인 투어 안내가 가장 기억에 남아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매일 만나기 때문에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들이 많이 생긴단다. 그중에서도 4년 전 시각 장애인들이 단체로 사파리 투어에 나섰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귀띔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어서 그는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물을 설명하는 멘트를 전날 잠자리를 뒤적이며 고민끝에 짜냈다. 예컨대 “호랑이를 설명할 때는 호랑이는 갈색인데 잘 익은 벼 색깔과 같다”는 등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설명으로 전면 대체한 것.
시각 장애인들은 한 주임이 이끈 사파리 투어를 끝내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당신 덕분에 평생 가장 실감 나는 사파리 투어를 경험했다”며 눈물을 보이며 감격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때의 소중한 경험이후 동물에 대한 그의 설명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해 끝을 맺고 있다.
◇영원한 현역 사파리 엔터테이너가 꿈
사파리 엔터테이너로서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은 것이 그의 소박한 소망이다. 특히 사파리 엔터테이너로서 힘이 닿는 한 재미있는 동물 설명을 통해 고객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고 싶단다.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는 비법
먼저 고객을 만나기 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원칙이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여유로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내 마음속에 공간이 없으면 유머가 생기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고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고객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으로 깨달았다. “사파리 엔터테이너는 동물과 고객을 함께 사랑하는 것이 필수”라며 “어떤 일을 하든지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멘트에 웃고 행복해 하는지를 늘 바라보고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비법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 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머를 만들면 고객은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감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유머를 만들기 위해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고객과의 대화이다.
무리하지 않고 고객과의 가벼운 대화형식을 통해 반응을 유도한다. 일단 고객들이 반응하면 그때 상황에 맞춰 다양한 멘트를 던진다. “여러분 곰들이 물에 들어가면 뭐가 될까요? 네 곰탕이 됩니다. 곰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네 맹탕이 됩니다.”
세번 째는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은 오월드에서 최고의 베테랑 엔터테이너로 불리지만 처음에는 기껏해야 동물들의 특징을 단순하게 나열하는데 그치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단순 설명에 녹아 들어간 유머 비중도 함께 높여 나갔다. 이제 그의 멘트에서 동물의 정보가 20%라면 나머지 80%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머, 위트로 구성돼 있다.
“곰들은 포유류 중에서 아이큐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건빵이 없으면 절대 다가오지 않습니다.”
베스트셀러 ‘나이스의 힘(The power of Nice)’을 저술한 린다 테일러는 유머 사용은 직접적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힘이며, 유머야말로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간파했다. 유머는 이제 고객중심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워주고 나아가 기업 및 구성원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대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에 재미와 흥미를 가미하려면 한 주임처럼 ‘고객을 즐겁게 하는 마인드와 기술’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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