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중국 시장이 아무리 크다한들'

  • 등록 2014-08-20 오전 6:00:01

    수정 2014-08-20 오전 6:00:01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세계의 굴뚝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소비 시장으로 우뚝 서 있다. 13억 인구를 품고 있는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중국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이 기회의 땅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많은 기업이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중국 경제 자체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어 외국계 기업들에는 절대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실제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울면서 보따리를 싼 기업들이 많다. 세계 1위 검색 엔진을 자랑하는 구글을 비롯해 미국 화장품 회사 레블론,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베스트바이, 독일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메디아막트 등 글로벌 굴지 유명업체들이 중국에서 두 손을 들고 철수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 프랑스 로레알은 중저가 브랜드 가르니에의 중국 사업을 접기도 했다. 세계 3위 유통업체 영국 테스코는 매장들을 팔고 중국을 떠났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130개, 영국 30개, 이탈리아 28개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처럼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중국 토종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인건비 상승 등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 시장 공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한 한국 기업 신제품 발표회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 행사장에서 이 기업 현지 법인장은 ‘안녕하세요’ 한 마디를 중국어로 했다. 나머지 설명은 영어로 대신했다. 중국 시장 공략 최전선에 나선 법인장이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것이다. 언어가 전부는 아니지만 중국처럼 꽌시(關係·인맥)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에서 통역을 통해서만 얘기한다면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어와 문화, 생각이 다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현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문장을 외워서라도 중국어로 말해 그만큼 중국에 공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한국 기업은 중국에 지난 1995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외환위기 등으로 2000년에 철수했다. 이 업체는 이후 2002년에 다시 시도했다가 접고 2007년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 업체는 2011년 수도 베이징에 입성해 2012년 말에 간신히 법인을 만들었다. 이 기업이 한동안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던 이유는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등 국내 문제 때문이다. 무작정 해외 투자에 나섰다가 살림이 여의치 않으니 접고 다시 진출하고를 반복하며 시간과 비용을 소비했다. 게다가 지금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시장은 절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절대 규모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까지 우월한 중국 시장을 마냥 수수방관할 수만도 없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투자 장려 업종인지, 투자 금지 업종인지 확인하고 경쟁업체 현황이나 법규, 원자재 조달 가능성 등 가능하면 자세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집중력과 애정도 필요하다. 중국을 여러 번 진출했다 접기를 반복했던 기업 수장이 사실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진출할 때 정도였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시장이 어렵다 해도 잘 나가는 기업들은 분명히 있다”며 “한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기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 기업들은 이런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한 점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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