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에볼라 치료의 딜레마

  • 등록 2014-08-13 오전 6:00:02

    수정 2014-08-13 오전 6:00:02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이름도 낯선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일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병했던 에볼라가 이제 아프리카 최대 인구 밀집국 나이지리아까지 확산됐다. 앞서 에볼라에 전염된 것으로 확인된 미국인 의사와 봉사자 2명의 송환에 이어 동료 선교사들이 미국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고 루마니아와 홍콩 등지에서도 의심환자가 등장했다. 이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에볼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볼라는 약 40년 전 처음 지구상에서 발견됐으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더 큰 공포를 불러왔다.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을 걸게 하는 것은 에볼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사용을 일부 승인한 가운데 미국의 한 바이오 벤처회사가 다음 달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계 제약사 존슨앤존슨(J&J)과 영국계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 등 대형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에 돌입했거나 조만간 임상실험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낙후된 일부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해 의약품 개발 속도가 더뎠던 점을 생각하면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지난 2009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 급속하게 확산되자 각국 정부는 서둘러 백신을 확보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본래 일반 인플루엔자 치료용으로 개발됐지만 사장된 타미플루가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크게 빛을 봤다.

그러나 실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한 두달 만에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부 접종자들에게서 고열과 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하는 환자도 생겼다. 당시 뉴욕주(州)는 의료진이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했는데 안전성을 우려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에 집단 반발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신종 플루 치료제는 다른 용도이긴 하지만 일단 시장에 출시됐던 의약품이었던 반면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은 아예 임상실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더 경각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개발돼 있는 약들은 아직 임상실험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회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실험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을 투약하는 데 따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자칫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 백신의 임상실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안전성이 입증되고 일반에 공급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이익이 크지 않아 미 국립보건원(NIH)이나 소규모 기업들이 주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량생산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치료제를 투약한 미국인 두 명이 낫는다 해도 이것이 약품 덕분인지 아니면 스스로 회복한 것인지, 또는 병원 측의 다른 노력 덕분인지 알 수 없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치료제 사용 승인후 미국 내에선 에볼라 감염 환자들에게 실험적 치료를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질병으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도해봐야 한다. 다만 의약품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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