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SRE에서도 시장 참여자들은 신용등급이 AAA인 포스코와 KT를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지원 없이는 계열사 신용도가 현재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을 묻는 질문에서 각각 2위(40표. 36.7%)와 3위(38표.34.9%)에 올려 놓았다.
이러한 반응은 올 초 터진 KT ENS의 신용사기와 법정관리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T ENS는 수익성이 낮고 부채는 높은데다 과도한 지급보증 부담을 진 전형적으로 재무위험이 높은 기업에 속했다. 그럼에도 KT ENS가 ‘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던 것은 모회사인 KT가 KT ENS를 지원하리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부여의 기본 토대가 되는 그룹의 지원 가능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는 ‘제2의 KT’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배구조부터 최고경영자(CEO) 교체,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등 KT그룹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장참여자들은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회장을 맡고 있는 포스코의 구조에 따라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그 결과 2009년 말 포스코 연결기준 3조9374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은 2012년 말 18조5033억원까지 6배 가까이 확대됐다. 2012년부터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계열사 수는 46개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순차입금이 20조원에 육박한다.
한진그룹이 32표(29.4%)를 받아 4위에 올랐고 SK그룹과 롯데그룹도 31표(28.4%)를 받아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그룹으로 손꼽혔다.
이외에 회사채 시장에서 막강한 모기업 후광 효과를 자랑하는 현대차도 15표(13.8%)를 받았으며 GS그룹 역시 현대차와 같은 표를 받았다.
한 SRE 자문위원은 “산업 불황이 지속되는 건설, 해운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며 “독자신용 등급 도입을 앞두고 있고, KT 사건까지 터지며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