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AI는 발병 매개체인 겨울 철새가 대부분 북상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날이 더워지면 AI 바이러스의 전파 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AI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가창오리 등 철새가 거의 북상하고 기온도 오르고 있어 추가 확산 가능성은 작아졌다”며 “방역체계를 철저히 유지하면서 AI 추가발생을 막고 다음 달 초 AI가 종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고병원성 H5N8형 AI가 남긴 것
올해 AI는 지난 1월16일 전북 고창 종오리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뒤 서해안 철새도래지를 따라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충북 음성과 경북 경주에서는 2차 감염까지 이뤄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매몰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285만3000마리다.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 메추리농장(60만 마리)에서도 AI가 발생, 매몰처분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가장 큰 피해를 줬던 2008년 AI 발생 때 1020만 마리 매몰처분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 AI의 직접피해액만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AI는 또 모두 70여 개 시군에서 발생, 바이러스가 가장 넓게 퍼졌다는 기록도 남겼다. 과거 최대 확산 기록인 2010년 25개 시군의 3배다. 이날 현재 108일째를 맞고 있는 AI가 다음 달 초 이후까지 이어지면 2010년(139일) AI 발생기록까지 뛰어넘어 역대 최장 기간 지속한 AI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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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겪으면서 적잖은 과제도 남겼다. 개별 농가의 기본적인 방역의식·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나치게 농가 신고에만 의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AI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철새의 이동 경로 파악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농식품부는 아직 AI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AI 상황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AI에 대한 방역·연구를 병행키로 했다. 이는 이번 AI가 과거 4차례 발생한 H5N1형이 아닌 H5N8형 바이러스로, H5N8형 AI가 대규모로 확산된 것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발생농가에서 사육하던 개(犬)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포유류에 대한 감염 가능성도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AI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보상제도 개선과 한 발 물러서 있는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역할 분담도 설정해야 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H5N8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AI 발생 이후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양계단지에 전용입식 대기 축사 설치와 농가 출입이 잦은 사람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등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도 “AI 센터를 통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