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경제학]새해가 밝으면 매출도 밝아진다

피트니스·다이어트·어학원 등 1월에 '반짝' 매출
적금, 도서 매출도 연초에 증가세 보여
"피트니스 등 2월 매출 감소 장기등록 영향도"
  • 등록 2014-01-14 오전 7:30:00

    수정 2014-01-14 오전 7:30:00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새해가 되면 매출이 급증하는 업종들이 있다. ‘결심산업’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와 건강관리 등이다. “올해엔 살을 빼야지”, “몸짱이 돼야지”, “공부를 해야지”…. 이런 ‘결심’이 어떤 업체에는 ‘매출’로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이데일리>가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년계획 이행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묻는 질문에 ‘100만원 이상’이 27.2%로 가장 많았다. 새해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은 무릅쓴다는 얘기다. 그러나 결심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결심이 무너지면 매출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이다.

피트니스 산업, 1월에 반짝 2월엔 제자리

서울 방배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범진씨(31·가명)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초엔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하루 평균 30명 선이다. 평소보다 3배 이상 많다.

이씨는 “매년 1월이 되면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건강해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주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한두 달 뒤면 모습을 감춘다”고 귀띔했다.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 커브스코리아에 따르면 매년 1월 신규 회원 수는 12월 대비 60% 가량 증가한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게 커브스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신한카드가 자사 고객의 카드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작심삼일’ 효과는 운동 등 건강관리 산업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스포츠센터에서 승인된 카드 사용금액은 115억원. 전월(93억원)대비 22억원(23.7%) 늘어난 수치다. 실내골프장과 테니스장, 수영장 등 운동관련 시설에서 사용된 카드 실적은 같은 기간 동안 1876억원에서 2037억원으로 161억원(8.6%)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 성장은 1월 한 달에 국한된다. 스포츠센터 이용 실적은 2월에 다시 88억원으로 감소,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운동관련 매출 또한 1801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피트니스업계 관계자는 “피트니스 센터의 경우 처음 등록할 때 두 달 이상 장기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 두번 째 달부터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연초에 등록을 하고 나오지 않는 회원이 월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이어트는 신년계획도 ‘요요’

다이어트 업계에서 겨울은 비수기다. 몸을 드러내는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매출이 늘었다가, 여름이 지나면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단, 1월은 예외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체형관리 업체에서 승인된 카드 사용액은 50억원으로 전월(38억원)대비 12억원(31.5%) 늘었다. 그러나 2월에는 다시 29억원으로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트니스업종과 마찬가지로 연초에 장기 계약하는 사람들과 중도 포기자들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이어트 식품 판매도 1월이면 급증한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는 전월보다 23%, 2012년 1월에는 6%, 2011년 1월에는 17% 다이어트 식품 판매액이 늘었다.

설 연휴를 이용해 수술 등 적극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비만클리닉 365mc병원의 김하진 대표는 “설 연휴 동안 내원하는 고객이 다른 때보다 20% 정도 많다”며 “연초에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거나, 평소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설 연휴 기간을 전후로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공부해서 실력을”… 서점·학원 매출 ‘쑥’

어학원 등 사교육 업계와 출판업계는 연초가 대목이다. <이데일리> 설문조사에서도 ‘어학과 자격증, 대학원 등 올해는 학업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계획’이라는 응답자가 51.8%나 됐다.

‘신년효과’는 카드사용 내역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해 카드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1월 학원 업종의 카드승인 금액은 7863억원이나 됐다. 전월(7135억원)대비 728억원(10.2%)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연초 반짝했던 매출은 2월엔 6854억원으로 12.8% 하락하며 되레 뒷걸음질을 쳤다.

특히 새해가 밝으면 ‘올해엔 외국어를 마스터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학원이 문전성시다. A어학원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5%, 2012년 전체 매출의 14.4%를 1월에 올렸다. A학원 관계자는 “매년 1월이면 어학 공부 계획을 세우고 등록하는 이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특히 30대 이상 직장인의 등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새해가 되면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올해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지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의지를 다지기 위한 ‘에세이’나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3년간 월별 판매량을 보면 1월에는 평균보다 7% 정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출이 쉽지 않은 겨울인데도 직접 서점을 찾아 책을 고르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도 1월 매출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새해엔 부자 돼야지”… 은행 문 두드리는 사람들

장지연(32·회사원)씨의 신년 계획은 ‘부자 되기’다. 직장생활 5년 동안 흥청망청 어디에 쓴지 모르게 새나간 돈이 수천만원이 넘는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엔 적금을 들기로 했다. 장씨는 “집값을 모으기는 힘들겠지만 결혼자금 정도는 모아서 결혼을 하고 싶다”며 “올해부터 연봉의 절반은 우선 저축할 생각”이라고 했다. 장씨는 1월 2일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은행을 찾아 정기적금을 들었다.

장씨처럼 새해가 되면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이나 된다. 외환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 3개 은행의 월별 정기적금 신규 가입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신규가입 좌수는 42만701좌로 전월(27만3976좌)보다 53.6%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 가입 증감은 평소엔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유독 1월에는 금리와 관계없이 적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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