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또 조정..QE축소 우려 `갈팡질팡`

다우-S&P500지수 약보합..나스닥은 소폭반등
공포지수 15선 상회..HP-플러그파워는 강세
  • 등록 2013-12-05 오전 6:04:39

    수정 2013-12-05 오전 6:04:39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벌써 나흘째 조정세다. 고용과 주택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이 긍정적인 경기 진단을 내놓자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커진 탓에 시장은 내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4.85포인트, 0.16% 하락한 1만5889.77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34포인트, 0.13% 떨어진 1792.81을 기록했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홀로 전일보다 0.80포인트, 0.02% 오른 4038.00을 기록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유리보와 엔 리보 금리를 조작한 6개 은행들에 대해 사상 최대인 17억유로의 거액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또 미국에서 11월중 ADP 민간고용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1만5000명을 기록하며 최근 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10월 무역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 수출 덕에 406억달러로 줄어 들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후 서비스업 경기는 예상밖의 부진을 보였고 신규주택 판매는 33년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가 다소 엇갈렸다. 오후에는 연준이 베이지북을 통해 제조업과 주택부문에 호평을 하며 완만한 경제 확장세를 재확인한 것이 부담이 됐다.

다만 이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에 대해 완벽하게 자신할 수 있는 시점에야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밝히며 오히려 필요할 경우 추가 부양책으로 초과지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의회 특별위원회가 이번주말까지 시퀘스터를 대체하는 소규모 합의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낙폭을 줄였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속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15선 위로 다시 올라섰다.

휴렛-패커드(HP)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말까지 2만7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주가가 3% 가까이 올랐다. 또 내년 이익 회복 기대감에 플러그 파워도 53%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CF인더스트리스 홀딩스는 파트너십 체결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

반면 시어스홀딩스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에드워드 램퍼트가 지분을 50% 아래로 낮췄다는 소식에 8% 이상 급락했다. 테라데이터 역시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뒤로 7% 이상 떨어졌고, 젯블루 에어웨이스와 스트린트 에어라인스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동반 하락했다.

◇ 연준 베이지북 “완만한 성장”..제조업-주택부문 호평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미국 경제가 다소 완만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언급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에 있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 10월초부터 11월 중순까지 미국 경제활동이 다소 완만한(modest to moderate) 속도로 확장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또 연준은 “제조업과 IT분야, 주택부문에서의 회복세가 이같은 경기 확장세를 이끌었다”고 진단한 뒤 “대부분 지역에서 제조업 활동이 확장세를 이어갔고 자동차와 하이테크 산업이 특히 호조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컴퓨터분야 등 전문직 서비스 수요도 안정 속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가구 주택 건축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 등 주거용 부동산 활동은 많은 지역에서 개선세를 보인 반면 비주거용 부동산은 안정세를 유지하거나 소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여건은 대체로 안정적이었고 대출 수요도 개선되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에 대해서는 “완만한 증가를 보이거나 정체되는 모습이었다”며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기업들은 숙련된 근로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했고,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오바마케어와 연방정부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 민주-공화당, 이번주내 시퀘스터 대체안 합의시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구성한 재정협상 특별위원회가 이르면 이번주말까지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인 시퀘스터(sequester)를 끝낼 소규모 합의안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다시 워싱턴D.C로 돌아온 민주당 소속의 패티 머레이(워싱턴주) 상원 예산위원장이 이날중 공화당측 폴 라이언(위스콘신주) 하원 예산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갖기로 했다. 현재 재정협상을 위한 특별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두 의원들은 시퀘스터를 대체할 수 있는 소규모의 합의안을 우선 이번주말까지 마련하는데 주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일부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을 종료하는 대신 항공기 승객 등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수용할 여지를 보이고 있고, 공화당도 당초 주장했던 것보다 재정지출 삭감폭을 줄이는 방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공화당은 추가적인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국방비 지출의 과도한 삭감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은 기업 감면을 유지하면서 사회복지 지출액 삭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이같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시퀘스터로 인해 내년중 삭감해야할 120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을 복원시켜 경기 회복세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美신규주택 판매 호조..서비스업 경기는 부진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 10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25.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선 9월의 6.6% 감소에서 증가로 급선회한 것으로, 지난 1980년 5월 이후 33년 5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이었다. 계절조정한 연율 환산으로 신규주택 판매수도 44만4000건으로, 9월의 35만4000건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42만8000건을 모두 웃돌았다. 또한 이는 6월 이후 넉 달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의 판매 추세를 감안한 신규주택 공급물량은 4.9개월치로, 앞선 9월의 6.4개월치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신규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은 전년동월대비 0.6% 하락한 24만580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11월중 미국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 10월의 55.4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55.0을 모두 밑돈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 6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부진한 수준이었다. 다만 지수는 경기 확장과 침체의 기준점이 되는 50선을 훌쩍 넘어 서비스업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재차 보여줬다.

세부 항목별로는 기업활동지수 55.5를 기록하며 앞선 10월의 59.7과 시장 전망치인 59.6을 모두 밑돌았다. 또 신규주문지수는 56.8에서 56.4로, 고용지수는 56.2에서 52.5로, 제품가격지수도 56.1에서 52.2로 각각 하락했다.

◇ 美 민간고용, 1년래 최대..QE축소 우려 커질듯

지난달 미국의 민간고용이 예상밖의 호조세를 보였다. 시장 기대를 웃도는 고용 증가로, 오는 6일 발표될 고용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됐다.

이날 민간 고용조사업체인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은 올 11월 미국 민간 순고용이 21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10월 수치인 18만4000명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인 17만3000명도 크게 웃돈 것이다. 특히 이는 올들어 월별 최고 수준은 물론이고 27만6000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1년만에 최고였다. 또한 종전 13만명이었던 10월 순고용 규모도 18만4000명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임시직을 늘리고 있는 서비스업종에서 17만6000명을 고용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밖에도 건설업에서 1만8000명, 제조업에서 1만8000명, 무역 및 운송부문에서 4만5000명, 금융업종에서 5000명이 각각 고용됐다.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ADP 대표는 “이는 올들어 가장 강한 고용추세를 보인 것으로, 새해인 2014년 고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고무적인 징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윌리엄스 “완벽한 경기회복 확신후 QE축소”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할 경우 은행권 초과 지급준비금에 부과하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주장했다. 또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모두가 초과지준 금리 인하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많은 비전통적 부양조치들을 감안할 때 초과지준 금리 인하도 충분히 말이 된다”며 “특히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초과지준 금리란 은행들이 연준에 맡긴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연준이 은행들에게 지급하는 금리로, 지난 2008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0.25%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은행들은 초과지준을 줄여 민간에 대출하는 유인이 늘어나게 된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온 비둘기파 인물로, “경기 회복세를 부양할 필요가 있는 한 단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연준이 추가로 해야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부양 의지를 보였다.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연준이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고 있다는데 대해 완전한 자신감을 가지는 시점에서야 규모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낮게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약속에 대해 시장이 믿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연준은 ‘실업률이 6.5%까지 내려갈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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