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셋값 턱밑까지 와도 "집 안사요"

집값하락·전세선호에 소형아파트 전세가율 급등
전세→매매 전환 6500만원.."그래도 집살 생각 없어"
부동산침체기 '집에 대한 인식변화' 반영
  • 등록 2013-05-15 오전 6:19:19

    수정 2013-05-15 오전 9:00:14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14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월곡두산위브’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니 유모차를 밀며 오가는 젊은 주부들이 간간히 눈에 띤다. 총 34개 동에 전용면적 114㎡이하 2655가구가 거주하는 이 대단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록을 하나 보유하고 있다. 서울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단지라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월곡두산위브’ 전용 60㎡의 전세가율은 78%다. 서울 아파트 평균인 57%를 크게 웃돈다. 60㎡의 현 매매시세는 2억 9000만원, 전세는 2억 2500만원으로 차이가 6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작년 같은 달(67%)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지난 1년 사이 집값은 1500만원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2000만원 올랐다.

▲‘월곡두산위브’ 아파트 전경
이처럼 매매와 전세 사이 차이가 줄어든 건 집을 사려는 사람이 실거주 수요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단지의 대다수 아파트가 85㎡이하 중소형(1684가구)이고 학군과 교통여건 등으로 젊은 층의 주거선호도가 높지만 최근의 집값 하락으로 전세 쏠림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주민 전화선(여·35)씨는 “지하철역이 가까워 직장까지 출퇴근이 편하고 영훈·성신초등학교 등이 단지와 인접해 아이들 교육여건도 괜찮은 편”이라며 “하지만 지은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라 집값이 오르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세금에 웃돈을 약간 보태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필요성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았다. 60㎡ 전세아파트에 3년째 거주중인 이모(여·36)씨는 “가파르게 오르는 전셋값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능한 한 계속 전세로 살 생각”이라며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집을 갖는다면 부담만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 아이를 둔 주민 임희재(여·33)씨는 “아이 교육비도 큰 부담인데 지금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가 집값이 또 떨어지면 답이 없다”며 “내 집 장만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진 지금 집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2010년(83.7%)보다 10.9%포인트 감소한 7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해 35~44세는 이 비율이 67.7%, 34세 이하는 61.1%에 그쳤다. 중·고소득자의 주거점유율 (자기가 소유한 집에서 거주하는 국민 비율) 역시 3.2~4.9%포인트 감소한 51.8%와 64.6%로 집계됐다.

4·1부동산대책에 따라 올해 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면 각종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현지 기대감은 높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근 행운공인(미아4동) 관계자는 “매매와 전세 사이 가격차가 별로 없어 이참에 차라리 집을 사라고 권유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부분 실거주자인데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보니 다들 전세만 찾는다”라고 말했다.

▲5월10일 기준 서울시내 전세가율 상위 10개 단지. 총 10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 중 면적별로 개별 가구수가 100가구가 넘는 아파트만 추렸다. (자료제공=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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