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차는 브랜드별로 많게는 50여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꾸준히 신차를 내놓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 일본차들이 엔화강세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반면 유럽차들은 가격을 꾸준히 내려왔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럽차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고연비의 디젤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힘을 보탰다.
◇ 美 빅3 위기·日 생산차질 `반사효과` 유럽차들은 지난 2000년 점유율이 72%까지 치솟은 적이 있지만 당시엔 일본차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전이었고 판매대수도 3176대에 불과했다.
작년 유럽차들은 10년만에 18배 이상 불어난 5만9000여대를 팔았다. 점유율은 65.4%였다. 올 상반기엔 3만9000여대를 팔아 점유율이 75.8%까지 높아졌다.
반면 일본차와 미국차의 올 상반기 점유율은 각각 16.7%, 7.6%에 불과했다. 6개월새 일본차는 9.7%포인트 감소했고 미국차는 0.6%포인트 줄었다.
◇ 유럽차 폭넓은 라인업 `없는게 없네` 유럽차들의 폭넓은 라인업도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국내 베스트셀링 브랜드 BMW는 세단만 해도 1시리즈(쿠페)부터 3, 5, 7시리즈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역시 X1, X3, X5, X6까지 라인업을 갖췄다. 판매하는 차종만 50종이 넘는다.
이는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마찬가지. 게다가 각 브랜드별로 올들어 5~6종의 신차를 내놔 고객들의 주머니를 자극했다.
◇ 고연비에 디젤차·소형차가 좋아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미국차와 일본차들은 기존 모델도 다양하지 않고, 국내에 새로 내놓은 모델들도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 등에서 빠르게 변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워주지 못했다"고 평했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연비 좋은 디젤 차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유럽차들의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폭스바겐이 지난 5월 연비가 무려 22.2km/ℓ에 달하는 신형 제타를 선보이자 6월말까지 총 932대나 팔려나갔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유럽차들은 전통적으로 디젤엔진에 강하고 소형차들을 많이 개발해 판매해 왔지만 미국차들은 워낙 큰 차에 주력해 왔다"며 "요즘 같은 때는 연비 좋은 유럽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MW와 벤츠는 주력차종인 5시리즈와 E시리즈의 가격을 기존 8000만원대에서 6000만원대로 낮춰 가격경쟁력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