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USA)손성원 "썩어도 준치다"(下)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미국 영향력·신뢰도 하락 불구하고 얕봐서는 안돼"
새해 이슈는 더블딥·출구전략 타이밍·보호무역주의
  • 등록 2009-12-30 오후 2:30:00

    수정 2009-12-31 오전 3:51:23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미국을 너무 얕봐서는 안 된다. 월가나 실리콘밸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노베이션(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 손성원 교수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 본지와 2009년 한 해를 정리하는 인터뷰를 갖고 이번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의 위상을 이같이 정리했다.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미국은 `썩어도 준치`라는 것이 손 교수의 생각이다.

사실 이번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슈퍼파워`인 미국도 휘청거릴 수있다는 점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큰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서도 중국 경제는 고성장을 지속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 경제위기가 향후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 교수는 21세기가 동아시아의 세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미국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아울러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서 2010년 새해 가장 주목해야할 이슈로 △더블딥 여부 △출구전략의 타이밍 △보호무역주의 등 3가지를 꼽았다. 손 교수와의 인터뷰를 "굉장히 위험했다"(上)와 "썩어도 준치다"(下) 상·하 두편으로 정리한다. 다음은 하편의 일문일답.

-손 교수께서는 2009년이 `굉장히` 위험한 해였지만 미국 정부가 정책 대응을 잘해 경제공황을 막았고, 2009년 중순께 리세션도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미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했나.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떨어졌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부채가 너무 많다. 미국 정부가 주도적인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부채때문에 움직일 `룸`이 부족하다. 오히려 미국이 아닌 중국과 독일 등 외환보유고가 많은 나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국은 과거에 중국을 우습게 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지 않거나 팔겠다고 하면, 미국의 이자율이 크게 올라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슈퍼 파워로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될까.

▲ 손 교수는 미국이 타이타닉처럼 쉽게 침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9세기에는 영국이 가장 부자였지만 20세기에는 미국이 강했다. 그러나 21세기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미국을 너무 얕봐서는 안 된다. 미국은 땅 덩어리만큼이나 여전히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만약 미국이 중국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경제는 엉망이 될 것이다. 월가나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노베이션(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 2009년이 저물고 2010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새해에는 미국경제 또는 세계경제에 어떠한 이슈들이 주목을 받게 될까.

▲무엇보다 더블딥(더블유자 모양으로 경제가 다시 위축되는 현상)의 확률을 꼽을 수 있다. 2010년 하반기에는 경기부양 자금이 거의 소진된다. 지금은 경기부양책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이 끝나면 민간섹터가 회복세를 이끌어야 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더블딥 여부는 올해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두번째로는 출구전략의 타이밍이다. 미 연준이 2010년에 사용할 출구전략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서두르면 더블딥 확률이 올라가고, 너무 늦으면 인플레 우려가 생긴다. 어찌 보면 `진퇴양난`일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의 출구전략 타이밍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세번째는 보호무역 문제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많이 냈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이 모두 흑자를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마저 적자를 줄이고 가능하면 흑자를 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모두가 흑자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누군가 적자를 내야 다른 쪽이 흑자를 낸다. 한국이 적자를 내려 하겠나, 중국 일본 독일이 적자를 내려 하겠는가. 다들 흑자를 내려 할 것이다. 결국 세계성장률이 높지 않는데, 모두 흑자를 내려고 하니 무역이 잘 안될 수 있다. 무역이 부진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나라는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저평가됐지만 이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자국 경제를 위해 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무역이라는 것이 관세만이 아니라 `환율`로도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각국 정부들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보호무역으로 간 나라가 많다. 따라서 새해에는 보호무역 문제가 글로벌 경제의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시고 계시는데,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인가.

▲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바닥을 쳤다. 거시 경제 숫자를 보면 경제가 잘되고 있고 성장률도 좋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도 경제회복이 앞서는 나라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이번 경제위기를 잘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겉으로 보는 것과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는 듯싶다. 예컨대 거시적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매출이 늘지 않고 있고, 융자받기도 어렵다. 고용이 잘 안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거시적 경제지표만 보고 한국경제가 정말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바다(세계경제)가 출렁이면 배(한국경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파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과 유통,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
 
◇손성원은 누구 =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석좌교수. 다국적 소매 체인인 `Forever 21`의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1944년 광주 출신. 광주제일고 졸업후 미국에 유학,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 LA한미은행장과 웰스파고은행에서 수석 부행장 및 최고 경제 책임자로 근무했다. 웰스파고 근무 전에는 백악관 대통령 경제 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활동. 2002년 `타임`의 경제 고문단에 위촉됐고,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정확한 경제학자`로 꼽혔다. `스타 트리뷴`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네소타 출신 100인`중 한명으로 손 교수를 선정했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와 출구 전략`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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