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번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슈퍼파워`인 미국도 휘청거릴 수있다는 점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큰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서도 중국 경제는 고성장을 지속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 경제위기가 향후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 교수는 21세기가 동아시아의 세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미국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아울러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서 2010년 새해 가장 주목해야할 이슈로 △더블딥 여부 △출구전략의 타이밍 △보호무역주의 등 3가지를 꼽았다. 손 교수와의 인터뷰를 "굉장히 위험했다"(上)와 "썩어도 준치다"(下) 상·하 두편으로 정리한다. 다음은 하편의 일문일답.
-손 교수께서는 2009년이 `굉장히` 위험한 해였지만 미국 정부가 정책 대응을 잘해 경제공황을 막았고, 2009년 중순께 리세션도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미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했나.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슈퍼 파워로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될까.
|
만약 미국이 중국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경제는 엉망이 될 것이다. 월가나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노베이션(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 2009년이 저물고 2010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새해에는 미국경제 또는 세계경제에 어떠한 이슈들이 주목을 받게 될까.
- 하지만 모두가 흑자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누군가 적자를 내야 다른 쪽이 흑자를 낸다. 한국이 적자를 내려 하겠나, 중국 일본 독일이 적자를 내려 하겠는가. 다들 흑자를 내려 할 것이다. 결국 세계성장률이 높지 않는데, 모두 흑자를 내려고 하니 무역이 잘 안될 수 있다. 무역이 부진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나라는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저평가됐지만 이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자국 경제를 위해 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무역이라는 것이 관세만이 아니라 `환율`로도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각국 정부들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보호무역으로 간 나라가 많다. 따라서 새해에는 보호무역 문제가 글로벌 경제의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시고 계시는데,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인가.
▲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바닥을 쳤다. 거시 경제 숫자를 보면 경제가 잘되고 있고 성장률도 좋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도 경제회복이 앞서는 나라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이번 경제위기를 잘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겉으로 보는 것과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는 듯싶다. 예컨대 거시적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매출이 늘지 않고 있고, 융자받기도 어렵다. 고용이 잘 안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거시적 경제지표만 보고 한국경제가 정말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바다(세계경제)가 출렁이면 배(한국경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파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과 유통,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
◇손성원은 누구 =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석좌교수. 다국적 소매 체인인 `Forever 21`의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1944년 광주 출신. 광주제일고 졸업후 미국에 유학,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 LA한미은행장과 웰스파고은행에서 수석 부행장 및 최고 경제 책임자로 근무했다. 웰스파고 근무 전에는 백악관 대통령 경제 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활동. 2002년 `타임`의 경제 고문단에 위촉됐고,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정확한 경제학자`로 꼽혔다. `스타 트리뷴`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네소타 출신 100인`중 한명으로 손 교수를 선정했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와 출구 전략`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