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여개의 점포가 밀집된 이곳에서는 올해 7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강북구가 주최하고 시장문화활력소가 주관하는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가 진행 중이다.
예술가, 전문강사, 시민 등 40여명이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장의 역할을 문화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하여 시장 내 빈점포 3개소를 주민문화공간(다락방, 생생클럽, 예술고물상)으로 조성하고, 일상적이며 지속적인 문화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상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을 안내한다.
전통적으로 시장은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며, 각종 정보와 오락이 넘나들며 때론 정치적 풍자도 가능했던 한국적 광장이었다.
요즘의 시장에선 옛날의 풍부한 문화적 장면을 발견하긴 힘들다. 장기적으로 수유마을시장은 시장의 기본적 기능인 유통을 기초로 하되,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광장”을 지향한다. 본 사업은 내년 4월까지 1단계가 진행될 예정이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_ 서주리작가
“상인들, 책을 들다. 시장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책수레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졌다”는 상인에서부터 “한비야나 이해인 수녀의 책을 더 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책주문까지 이어진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서주리 작가)은 시장통에 독서문화를 소박하게 제안하는데서 시작했다. 상인들은 문화통장을 하나씩 갖고 돈이 아닌 책목록을 쌓아가는 재미에 빠졌다.
“시장통에 춤바람이 분다,춤추는 시장”
<힘내라 상인, 댄스 스포츠>는 상인들이 직접 제안해서 개설된 프로그램이다. 기대보다 많은 상인들이 신청하였고, 현재 13여명의 상인들은 서로 파트너를 맺고 차차차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준(準)춤꾼이다.
댄스 스포츠 사람들이 역동적인 춤을 춘다면, 여성상인 5명으로 구성된 한춤 동아리는 우리 민요가락에 맞추어 전통춤을 배운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한춤 교실>은 열의가 더해져 정규 프로그램으로 승격되었고 1월부터는 지역의 여성들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아줌마가 떴다 ; 여성이 행복한 시장”
‘여성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주민문화공간 <생생클럽>의 주인공은 바로 동네에 사는 여성들이다. 이미 시민강사 두 분이 리본공예와 종이공예를 가르치는 공방을 열었고, 천연양념을 배워보는 요리공방도 1월부터 가세한다.
시민공예가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생클럽의 문화강좌는 시장이 빈점포를 기증하고, 프로젝트가 수강료와 재료비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재능을 갖춘 여성들이 시장 속에서 ‘자기만의 (공)방’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2월부터는 주부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장바구니를 모아내는 공모제를 시작으로 십여명의 창의적인 여성생활디자이너를 인큐베이팅하여 여성들의 상상이 실현되는 과정을 돕는 <장바구니 디자인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수유시장 매니아인 여성들이 모여 토크쇼도 벌릴 계획이다. 시장에서 장볼 때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시장의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아줌마가 떴다!-주부모니터링>은 시장의 주고객인 주부들이 적극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미있어야 산다? : 유머와 풍자의 시장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예술노점상. 내년 2월에 추억의 뺑뺑이와 함께 다시 찾아온다
매주 수요일 수유시장에는 ‘일상축제’가 벌어진다. 시장은 본래 축제의 원형이기도 했다. 고양이 분장을 한 여성 퍼포머들은 가게를 돌며 상인들의 이름을 물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올라온 사이밴드는 세태를 풍자하는 노랫말에 코믹한 표정과 리드미컬한 장단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일명 <시장통 거리예술>은 젊은 인디밴드들이 시장에 유머와 활기를 불어넣는 작은 난장이다.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의 상인들은 요란하게 가게를 꾸미거나 이벤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즐기며 ‘수유시장형 펀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다.
[ 프랜차이즈 창업 체인 가맹 사업 네트워크 " 이데일리 EF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