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급락..`구제안 실효 의문+R우려`

美 9월 고용 15.9만명↓ `5년 최대폭`
구제금융법안 `발효`..의회 승인-부시 서명
웰스파고, 와코비아 151억弗에 인수 ..시티 `발끈`
  • 등록 2008-10-04 오전 6:40:47

    수정 2008-10-04 오전 7:41:27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3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구제금융법안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급락세로 마쳤다.

이날 하원이 승인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발효됐다.

구제안 승인에 대한 기대감과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인수 소식에 상승세를 타던 다우 지수는 하원의 구제안 승인이 확정되자 장중 300포인트 이상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구제안이 금융위기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가 부각되면서 장 막판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의 일자리는 5년만에 최대폭으로 줄어 올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이미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325.38로 전일대비 157.47포인트(1.5%)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47.39로 29.33포인트(1.48%)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099.23으로 15.05포인트(1.35%) 밀려났다. S&P500 지수는 이번 한주 동안 9.4% 떨어져 9·11 테러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9센트 내린 93.88달러로 마감했다. 주간으로는 12% 떨어졌다.
 
◇美 구제금융법안 발효..의회 승인-부시 서명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도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구제금융법안을 승인했다. 부시 대통령도 의회 승인 직후 구제금융법안에 서명했다.

지난달 29일 구제금융법안을 부결 처리한 하원은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3표, 반대 171표로 가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구제금융법안을 전달받자 마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을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은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다.

이로써 재무부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인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 승인 이후 성명을 내고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신용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이번 구제금융법안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재무부의 7000억달러 공적자금 투입을 골자로 1490억달러의 세금감면과 개인당 예금보험한도 확대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특히 추가적인 방안이 정부안에 대해 크게 반발해온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한 초대형 구제금융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극심한 신용경색을 초래한 금융불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하다. 구제금융이 금융위기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구제금융법안이 신용경색을 푸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경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구제금융이 금융위기를 다루기 위한 일정부분의 수단을 제공하고, 금융위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국의 경기후퇴 국면이 바닥을 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웰스파고, 와코비아 151억弗에 인수..씨티 `반발`

와코비아(WB)는 88.5% 폭등했다. 반면 웰스파고(WFC)는 1.7% 내렸다. 씨티그룹(C)은 18.4% 급락했다.

당초 씨티그룹에 은행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던 와코비아는 이날 회사 전체를 웰스파고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가격은 151억달러. 와코비아 주주들은 1주당 0.1991주의 웰스파고 주식을 받기로 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7달러 수준. 이는 전날 마감가인 3.91달러에 80%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다.

웰스파고는 이와 함께 와코비아의 부실 자산에 100억달러를 투입하고, 20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로의 매각 조건은 정부의 지원없이 회사 전체를 넘기기로 했다는 점에서 씨티그룹과의 매각 조건과 다르다.

앞서 씨티그룹은 이번주 초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하에 와코비아의 은행 부문을 2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는 주당 1달러 수준. 와코비아가 제시한 가격에 훨씬 못미치는 셈이다.

한편 씨티그룹은 와코비아의 웰스파고로의 매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와코비아와 웰스파고의 딜은 씨티와 와코비아가 맺은 배타적 협상 조항(exclusivity agreement)을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는 와코비아와 와코비아의 딜과 관련한 상당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씨티그룹 임원들은 이날 새벽까지도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인수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와코비아의 인수도 정부의 압력하에 이뤄진 것이어서 와코비아의 배신에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와 관련 성명을 통해 "웰스파고의 인수 제안과 이로 인해 제기될 이슈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씨티그룹의 와코비아에 대한 인수 제안에 대해서는 심도깊은 검토를 거쳤다"며 "와코비아의 채권자와 예금자 등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당사자들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주 일제 급락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 JP모간체이스(JPM), 골드만삭스(GS)가 각각 5.2%, 7.9%, 2.7% 떨어졌다.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3.5% 하락했다.
 
AIG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갖고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손해보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미국 연준이 제공한 신용편의(Credit Facility) 한도 850억달러 가운데 610억 달러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와 관련 "연준으로부터의 대출 규모 610억달러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며 AIG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했다.
 
◇9월 고용 15.9만명↓ `5년 최대폭`

미국 노동부는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5만9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감소폭은 지난 2003년 3월 이래 최대 수준으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1만명도 크게 웃돈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총 7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률은 6.1%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이는 지난 2003년 9월 이후 5년여만에 최고치. 전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월가 전망치에 부합한 것이다.
 
연준 이사를 지낸 라일리 그램리 스탠포드 파이낸셜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신용시장이 작동하지 않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번 경기후퇴는 전후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9월 서비스 경기 `소폭 확장`

미국의 9월 서비스업 경기는 소폭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관리협회(ISM)는 9월 서비스업(비제조업) 지수가 5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의 50.6에 비해 확장세가 둔화된 수준이지만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9.9는 웃돈 수준이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유가와 상품가격의 하락으로 서비스업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금융위기가 경기후퇴 우려 속에 이같은 수치가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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