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재고가 4주 연속 감소함에 따라 유가가 장중 7달러 가까이 치솟는 등 급등세를 재개하면서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고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우려도 지속되면서 지수에 하향 압력을 더했다.
이날 발표된 베이지북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 추세를 이어갔다"고 보고했다.
베이지북이 경기둔화에 무게를 실으면서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다소 잦아들었으나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관측이 대두되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주요 지수는 장중 내내 하락세를 타다가 일일 최저점 수준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083.77로 전일대비 205.99포인트(1.68%)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4.93포인트(2.24%) 떨어진 2394.01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35.49로 22.95포인트(1.69%) 밀렸다.
◇유가 랠리 재개..美 원유재고 4주째 감소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5.07달러 오른 136.38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장중 7달러 가까이 치솟으며 138.3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460만배럴 줄어든 3억22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원유 재고는 지난 4주동안 2400만배럴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원유 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중국의 석유 수입 증가 소식도 수급 우려를 자극했다. 중국의 5월 일일 평균 석유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380만배럴을 기록했다. 중국이 대지진 이후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리먼 등 금융주·기술주·알코아 `하락`-스테이플스 `상승`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금융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4위 증권사인 리먼 브러더스(LEH)와 미국 최대 저축대부업체 워싱턴 뮤추얼(WM)이 각각 13.6%, 9.3% 급락했다.
메릴린치(MER)도 6.6% 내렸다.
이날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도이체방크 주최의 컨퍼런스에서 "메릴린치의 자본구조가 견조하지만 2분기 시장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메모리칩 가격의 하향 압력을 들어 올해 반도체 매출 성장 전망을 종전 7.7%에서 4.3%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다.
인텔(INTC)이 3.8%, 휴렛패커드(HPQ)가 2.3% 뒷걸음질쳤다.
세계 3위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AA)는 8% 밀려났다.
JP모간 체이스는 알코아의 투자 의견을 종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유가의 급등으로 에너지주인 엑손 모빌(XOM)과 셰브론(CVX)은 각각 0.8%, 0.7% 올랐다.
세계 최대 사무용품업체 스테이플스(SPLS)은 5.3% 상승했다.
스테이플스는 이날 네덜란드 사무용품업체 코퍼레잇 익스프레스를 2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지북 "美경제 둔화..고물가로 소비 위축"
베이지북은 이날 "12개 지역 중 7개 지역의 경제 성장세 둔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애틀란타와 클리브랜드, 필라델피아, 세인트 루이스, 샌프란시스코 5개 지역의 경제는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9개 지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던 종전 베이지북 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베이지북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급등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둔화됐다"며 "소매업체들이 쌓여가는 재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제조업 경기도 수출 부문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둔화세를 이어갔다. 주택 및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보고됐다. 몇몇 제조업체들은 소매 가격으로 비용을 전가시키고 있지만 비용 전가가 수월하지 못한 소매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약세 덕택에 견조했던 관광산업마저 고물가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경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취약하다"고 보고했다. 남부와 서부에서의 주택차압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신용 여건도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고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2주 앞두고 발표된다. 6월 FOMC는 오는 24일~25일 이틀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