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한 달 반이 지난 4월16일. 뉴욕 주식시장은 드디어 검은 화요일의 충격을 떨쳐버렸다. 다우 지수는 100포인트 넘게 올라 2월27일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S&P500도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실적 호조에 있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1분기 어닝시즌의 하이라이트인 이번 주 출발은 매우 산뜻하다.
대규모 감원까지 단행하며 비틀대는 모습을 보이던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뜻밖에 괜찮은 성적표를 내놨다. 구조조정은 이제 첫 삽을 떴을 뿐이지만 200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 증가율이 비용 증가율을 따라잡아 향후 실적 호조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 대형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 세계 최대 완구회사 마텔도 실적 호조 대열에 가세했다.
제프리 앤 코의 아트 호건 애널리스트는 "실적 호전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제 까지 발표된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영향을 더 많이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미리 겁을 먹고 실적에 대한 기대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든 앤 코의 스티븐 골드먼 스트래티지스트는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있지만 소비 심리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아트 호건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간과한 사실은 소비자들이 주택 가치에 기반을 둔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소비한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샐리매의 M&A는 사모펀드의 막강한 유동성이 주가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보스턴 어드바이저스의 제임스 골 매니저는 "주식시장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 매우 많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제반 여건이 호전됐다는 점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투자 심리는 언제든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일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을 포함해 빅 블루 IBM, 야후가 실적을 발표하는 날이어서 변동성 확대를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투자자들의 바램은 단 하나다. 인텔도 씨티의 바통을 이어 예상 밖 깜짝 실적을 내놓기를, 그리하여 검은 화요일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