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피오리나 해고는 악수..CEO 탓 말라"

  • 등록 2005-02-24 오전 7:20:00

    수정 2005-02-24 오전 7:20:00

[edaily 김경인기자] `HP가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지 않는 한 새로운 CEO는 의미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휴렛패커드(HP)의 부진은 최고경영자(CEO)의 문제가 아닌 `제품과 전략`의 문제라는 내용의 칼럼을 소개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CEO가 단행한 컴팩 인수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컴팩 인수야말로 HP의 앞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두둔했다. 경제전문잡지 스마트머니 발행인인 제임스 B. 스튜어트는 HP가 칼리 피오리나 전 CEO를 해고할 만한 어떤 합리적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피오리나의 사퇴 이유로 실적 부진이 거론됐지만 지난주 발표된 HP의 실적은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스튜어트는 2002년 HP가 컴팩을 인수한 것 또한 적합한 해고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컴팩을 인수했기 때문에 HP가 그나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PC 사업부를 가까스로 운영해 올 수 있었다는 것. 그는 HP의 주가가 컴팩 인수 당시 급락했지만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그는 "HP 창립자 후손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피오리나에게 화를 초래한 것"이라며 "HP의 부진이 CEO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튜어트는 현재 HP의 PC 사업부문이 깊은 곤경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PC가 `저마진 필수품`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HP는 추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 현재 HP의 사업 모델로는 저가 PC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델과 같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피오리나가 컴팩을 인수한 것은 `성장 한계에 도달한 시장에서 영업을 활성화시키는 최선책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피오리나의 결단이 HP의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스튜어트는 "HP의 프린터 사업이 렉스마크와 델 등의 도전을 얼마나 더 견뎌낼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며 "HP가 프린터 사업에서 현재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프린터 산업이 `저마진 필수품`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HP는 최근 프린터 사업부의 마진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튜어트는 "HP 스스로 비용 절감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프린터 사업 역시 PC 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튜어트는 자신이 무조건 피오리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피오리나만큼 적임자는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HP는 피오리나의 지휘 하에서 `HP 혁신(Invents)`를 테마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광고 문구와 달리 피오리나 재임 기간 중 HP가 혁신적인 사업을 일궈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튜어트는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혁신이야말로 HP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며 "HP가 진행 중인 혁신이 대체 무엇이며 피오리나 외에 어떤 사람이 그 기회를 포착하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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