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리 前레바논 총리 폭탄테러로 사망

  • 등록 2005-02-15 오전 7:20:57

    수정 2005-02-15 오전 7:20:57

[조선일보 제공] 라피크 하리리(60) 전 레바논 총리가 14일 오후 1시(한국시각 오후 8시)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서 차량폭탄 테러로 숨졌다. 이 사고로 하리리 전 총리와 그의 경호원들을 포함, 최소 9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테러는 레바논 내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날 하리리 전 총리 일행을 태운 리무진 차량 4대가 지프 차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고 현장을 지나가는 중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베이루트 해변의 세인트조지 호텔이 반파되는 등 주변 건물 여러 채가 파괴됐고 20여대의 자동차가 폭파되거나 불탈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또 폭발의 여파로 깊이가 수m에 이르는 구덩이가 파였다. 하리리 전 총리는 병원에 후송됐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레바논 관영 통신은 보도했다. 하리리 전 총리는 재산이 4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갑부로, 레바논 국민들은 그를 ‘기적의 사나이(Mr. Miracle)’라고 부른다. 15년동안 계속된 내전이 1990년 종식된 이후 1992~98년, 2000~04년 총리를 지내면서 내전으로 피폐해진 레바논의 재건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총리에서 사임한 뒤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야당 진영에 가세해왔으며, 친시리아 성향의 에밀 라후드 대통령과 수년간 불편한 위치에 있었다. 그는 총리 시절부터 테러를 피하기 위해 늘 똑같은 리무진 4대와 함께 움직였으나, 이날 테러는 리무진 4대를 모두 파괴했다. 레바논에서의 폭탄테러는 내전 당시엔 흔한 일이었으나 종전 후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정부와 야당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량 폭발로 야당 정치인이 크게 다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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