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18일 이달까지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요가 많아 당초 예상보다 소진 시기가 빨랐을 뿐 계획대로 실행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부담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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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는 계속된 금리 동결, 부동산 시장 영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도 은행 탓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상품 자체가 당국의 정책 기조(특례보금자리론)에 호응해 내놓은 것인데, 이제 와서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몰려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여지가 있는지, 인터넷 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확대 과정에서 소득 심사나 연체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올 초만 해도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며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다가, 불과 몇 달 만에 되레 대출이 과도하다며 줄이라는 오락가락 행보에 은행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