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주52시간제 전면 적용 이후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린 중소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정부 사업이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업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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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용창출장려금 사업 중 하나인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에 대한 개편작업에 나섰다.
초라한 집행 성적 때문이다. 이 사업은 교대제 개편이나 실제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해 기존 근로시간을 줄이고, 실업자를 신규 고용해 근로자가 증가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업이 근로자를 1명 신규 고용하면 정부가 2년간 연 최대 960만원을, 근로시간이 줄어든 근로자에 대해서도 연 최대 48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한해 이 사업은 배정된 예산 407억원 중 절반도 쓰지 못하는 등 기업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집행률은 38.4%다. 주52시간제 도입과 함께 시작된 이 사업의 집행률은 매년 감소해오다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9년엔 집행률 98.6%를 기록했으나 2020년엔 86.9%, 2021년엔 85.9%로 매년 떨어졌다. 참여사업장도 2019년 299개소에서 지난해 55개소로 줄었다. 지난해 집행률이 낮아지며 올해 예산을 125억원으로 대폭 줄였지만, 올해 역시 집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주52시간제 상황에서 더는 근로시간을 줄이기도, 일자리를 늘리기도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이 꼽힌다. 지난 2021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됐다. 이 사업은 초과근로시간을 2시간 이상 줄이고, 신규 고용을 한 기업을 지원하는데, 중소기업들이 주 52시간에서 2시간을 더 줄이기는 어렵다며 지원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부터 이어진 경제 위기에 신규 고용도 꺼리면서, 사업을 향한 관심 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올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에서도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은 감액 대상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은 “본 사업은 지속적인 운영보다는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부 개편 및 변경하는 수준으로는 제도의 지속적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용부는 2021년부터 지원 요건이 바뀌면서 집행률이 부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할 때, 적용 전인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며 “2021년 전면 적용 이후에는 주 52시간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초과근무시간을 더 줄이면서,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기업 신청이 저조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고용부는 고용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편에 나선다. 이 관계자는 “제도의 주목적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며 “신규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요건을 완화하면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제도 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