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에 대해 “고등학교 진학 이후부터 친구들과 대화 없이 독특한 행동을 반복했다”는 고교 동창들의 증언이 나왔다.
|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중 범행 직전 모습이 달라진 정유정.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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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유정 사건을 다뤘다.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혈흔이 묻은 여행가방을 숲속에 버렸다가 택시 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공개된 CCTV 영상에서 정유정은 범행 직전 긴 머리카락을 잘랐고 사건 당일 미리 구매한 중고 교복을 입고 학생으로 위장했다. 중학교 재학 시절 정유정은 조용했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이후부터 친구들과 대화 없이 독특한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 동창 A씨는 “자기 자리 옆으로 커튼을 둘러 그 안에서 뭘 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친구들이 ‘유정아, 뭐 먹어?’ 물으면 ‘그냥 과자’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유정이) 오랫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러면 대화도 해보고 싶고 그럴 만도 한데 얘기를 해도 대답도 안 하고 아무 표정도 없고 그러니까 놔뒀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정유정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홀로 지냈지만 ‘왕따’를 당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의 충격적인 범죄가 알려지면서 세간에는 그녀가 ‘사이코패스’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실제로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28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오기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각의 섣부른 판단과 추측에 우려를 제기했다. 표창원은 사이코패스 테스트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범행만이 아니라 범인의 생애 전반을 봐야 한다. 그런데 정유정은 전과경력, 사회경험, 언변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항목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선 교수 역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찾아가서 죽이는 행동에 합리적 설명이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정유정이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지어야 안심하게 되는 것”라며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정유정은 사이코패스다’ 그리고 ‘정유정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러다보면 순환 논리의 반복일 뿐이다”라고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