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전 개인회생 수임료 챙긴 법무사…대법 “변호사법 위반”

사무장과 짜고 개인회생 의뢰인 유치
사무장이 상담하는 등 업무 일괄 위임
2020년 법무사법 개정으로 면소 판결 주장도
변호사법 위반 인정…수임료 적고 초범이라 벌금형
  • 등록 2023-03-12 오전 9:00:01

    수정 2023-03-12 오전 9:00:01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변호사가 아님에도 개인회생과 파산 법률 사무를 취급한 법무사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특히 피고인의 범행 이후인 2020년에 법무사법이 개정돼 개인회생 사건 신청 대리가 법무사 업무로 추가됐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파주시의 한 법무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와 법무사 사무장인 B씨는 변호사가 아님에도 인터넷 광고를 통해 개인회생과 파산 의뢰인들을 유치했다. 이들은 의뢰인들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고 의뢰인들을 대리해 문서 작성 및 제출, 서류 보정, 송달 등 일련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처리해 주는 방법으로 개인회생과 파산 법률 사무를 취급했다.

법무사인 A씨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B씨로 하여금 법무사 사무실 또는 파주시 E건물 F호에 있는 B씨의 친구 사무실에서 B씨가 직접 의뢰인과 상담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일괄 위임하는 방법으로 B씨와 공모했다.

B씨는 2015년 8월 법무사 사무실 또는 B씨의 개인 사무실에서 개인회생 사건 의뢰인 G와 개인회생 사무 일체를 처리하여 주기로 약정하고 수임료 명목으로 80만원을 받은 후,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해 의정부지방법원에 제출하고 관련 통지도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직접 받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회생 사건을 포괄적으로 대리해 법률 사무를 취급했다.

그때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9건의 개인회생, 파산 법률 사무를 취급하고 수임료 명목으로 총 820만원을 교부받고, 피고인은 B씨로 하여금 위와 같은 행위를 하도록 하고 수임료를 나누어 가졌다. 피고인은 B씨와 공모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비송사건(법원이 다루는 사건 가운데 소송사건 이외의 민사에 관한 모든 사건)에 관한 법률 사무를 취급했다.

1심에서는 A씨에 대해 법무사의 권한을 넘어 비송사건에 관한 법률 사무를 취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한 서류 작성·제출 대행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변호사법을 위반해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해 그 사건의 신청과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B씨를 사무장으로 해 개인회생, 파산·면책 사건 등을 일괄위임해 처리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기로 공모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본 건 범행은 모두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초범으로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들어 벌금형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1심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충분히 참작해 형을 정했고, 새롭게 고려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는 없다며 기각했다.

특히 피고인의 범행 이후인 2020년 2월 법무사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의 파산과 회생 사건 신청의 대리가 법무사의 업무로 추가됐다. 이에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때로서 면소 판결 대상이라고 피고인이 주장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법률 개정은 판시 범죄사실의 해당 형벌법규 자체인 변호사법(제109조 제1호)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별개의 다른 법령의 개정에 불과하다”면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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