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무렵 증상 나타나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이란?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황반변성과 함께 대표 3대 실명질환
“발병=실명 아냐”… 40대 이상 성인병 있다면 정밀검진 필요
  • 등록 2023-03-11 오전 7:47:04

    수정 2023-03-11 오전 7:47:0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해마다 3월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대표적인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 장애가 생겨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고 병증이 심해져 실명에 이를 무렵에서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녹내장을 일컬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이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하지 않는다”며 “일단 녹내장이 진행되면 치료를 받더라도 시야와 시력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녹내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려주세요.

-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안압 상승과 노화가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실제 높은 안압은 장기적으로 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안압이 상승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고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폐쇄각녹내장은 흔히 두통과 구역감을 동반해 뇌질환과 착각하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어 점점 두꺼워진 수정체에 비해 눈의 용적이 작아 눈의 하수구(섬유주)를 막으면서 나타나는데 처치가 지연될 경우 단기간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또 당뇨가 오랜 기간 조절되지 않을 경우 당뇨합병증으로 섬유혈관 조직이 섬유주를 덮게 되면 안압이 크게 높아집니다. 포도막염이라는 눈의 만성적 염증이 생겨도 섬유주가 망가져 안압이 올라갑니다. 원래부터 안압이 높게 형성된 눈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압이 낮다고 모두 녹내장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정상 안압은 일반적으로 10~21mmHg지만 사람에 따라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 손상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경우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환자(정상안압 녹내장)의 비중이 서양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전체의 80% 이상이나 됩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성인병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집니다.

이외에도 고도근시의 원인 중 하나인 ‘축성근시’로 안구의 앞뒤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적인 이상 발생률이 높아지며 녹내장 위험을 높입니다. 아울러 축성근시로 인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공막(흰자위)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얇아지고, 안구가 커진 만큼 혈관이 증가하지 못해 나타나는 혈류의 저하도 시신경 건강에 간접적이지만 악영향을 끼칩니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착용할 경우에도 녹내장 검사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안압은 녹내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안압이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라도 시신경을 잘 보호할 수 있는 눈은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지만, 안압이 평균 이하라도 시신경을 잘 보호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눈은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30대인데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하네요. 녹내장은 노인질환 아닌가요?

- 녹내장은 고령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라식, 라섹과 같은 굴절교정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젊은 나이에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녹내장 환자의 대다수는 근시 또는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가 많고, 녹내장 외에 다른 망막질환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젊은 환자의 녹내장 발생원인 중 하나는 안구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근시나 고도근시가 있는 환자는 시신경 모양이 근시가 없는 사람과 다르게 녹내장 손상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안축장이라고 하는 눈 길이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더 당겨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적인 이상 발생률도 높아 녹내장 위험이 높아집니다. 또 축성근시로 시신경을 보호하는 공막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얇아지고 안구가 커진 만큼 혈관이 증가하지 못해 나타나는 혈류의 저하도 시신경 건강에 간접적이지만 악영향을 끼칩니다.

다른 원인은 최근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젊은 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성인병입니다. 서양인과 다르게 동양인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로 측정되는 정상안압 녹내장인 경우가 전체 녹내장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성인병이 위험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Q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눈이 아프고 시린 증상 때문에 불편합니다. 혹시 녹내장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개방각 녹내장입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약 10%를 차지합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인 ‘방수(房水)’가 방출되는 통로인 ‘전방각’이 막히며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안압 상승으로 안구통, 두통 등이 급격히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누구에게나 쉽게 발병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어두운 환경에서 동공이 확대되고 두꺼워지면서 방수의 유출로를 좁게 만들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50대 이상의 안경을 안 쓰는 사람인 원시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백내장이 점차 진행하면서 폐쇄각 녹내장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작은 체구의 중년 여성에서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또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일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전방각이 좁아지게 되는데 결국 방수의 흐름에 장애를 줘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젊은 연령대에서 장기간 스마트폰 사용 후 겪는 안구통은 대개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각막 상피의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안구 표면을 매끄럽게 유지해 주는 인공눈물 등 안약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녹내장을 의심해야 하나요?

- 녹내장이 발생하면 시야의 주변부부터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런 증상은 점점 시야의 중심부로 확대됩니다. 그러나 증상이 아주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자각증상을 호소합니다. 특히 글씨를 읽는 등의 시력은 대부분 보존되기 때문에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눈에 통증이 있거나 침침하고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녹내장은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나요?

- 녹내장 치료를 위해서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성인 경우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합니다. 만성인 경우에도 안압강하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합니다. 안압이 내려간 후에는 레이저 치료를 통해 눈 속 방수의 순환을 돕고, 안압이 정상화된 후에는 시야 검사를 통해 시력 손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특히 녹내장은 양쪽 눈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신경 손상 정도에 차이가 많아 상대적으로 건강한 눈에 의해 손상이 심한 눈의 증상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만약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면 수술을 진행합니다.

녹내장은 치료를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시신경 기능을 돌이킬 수 없고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치료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질환보다 조기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입니다.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한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인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어머니가 녹내장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데, 녹내장은 유전병인가요?

- 많은 질환이 그렇듯 녹내장도 가족력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가족력이 곧 녹내장 발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으로 ‘multifactori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가족력이 있다 해도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니만큼 다른 가족에게 녹내장이 없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만 녹내장 가족력이 있을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 또는 1년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꾸준히 받아보길 권합니다.

녹내장 질환으로 눈이 실명하는 일은 좀처럼 흔한 것은 아닙니다. 또 한쪽 눈이 녹내장으로 실명한다고 해서 반대편 눈 또한 실명이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소에 꾸준한 검진 없이 뒤늦게 녹내장 말기 판정을 받거나, 평소 녹내장 질환으로 처방받은 약을 잘 지키지 않고, 검진 등을 받지 않아 결국 실명하는 것입니다. 우선 병원에서 정확한 검진 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면 당뇨병이나 다른 난치병처럼 평생 관리하며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주기적인 운동은 녹내장의 예방과 진행속도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군이 3시간 이하로 운동하는 군에 비해 녹내장의 진행과 발생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녹내장 위험군에 속한다면 근육을 단련하는 무산소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 즉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이 더 추천됩니다.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처럼 흡연도 녹내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는 전신 혈관수축제로 눈을 포함한 신체의 모든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최근 카페인이 안압을 상승시킨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고위험군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침대에 엎드려 스마트폰, 컴퓨터, 독서 등을 하는 것은 피하고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사입니다. 일반적으로 녹내장 환자는 직장인 건강검진이나 라식,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 전 정밀검사에서 안압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한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인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해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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