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개업소 사실상 개점휴업…11월 실거래 10건뿐

[주택·상가까지 몰아치는 부동산 한파]
거래절벽 못피한 '부동산 불패신화'
한달새 실거래 절반 이상 줄어들어
  • 등록 2022-11-29 오전 5:00:00

    수정 2022-11-29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부동산 불패 신화를 써내려가던 서울 강남도 결국 거래절벽의 한파를 피하지 못한 가운데 지역 중개업소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돌입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고가의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강남 지역에서 특히 거래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남구 아파트 실거래는 단 10건에 불과했다. 지난 9월 29건, 10월 26건의 실거래가 등록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수치다. 10건의 거래 중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3건을 차지했고 나머지 3건은 전용 20~30㎡의 소형 물건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3~4건만이 통상적인 기존 아파트 거래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강남 지역에서 특히 거래가 줄어든 이유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실거주를 해야 하다 보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의 세금 완화 기조와 부동산 규제 축소가 이어지자 지금 당장 초급매 저가로 팔기보다는 추가 규제 완화 상황과 시장 회복을 지켜보며 버티기에 들어간 집주인들이 매물을 감추면서 더욱 거래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초급매 물건은 시세보다 30% 이상 떨어진 신저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현 시점에서 거래하고 양도소득세까지 내면 손에 쥐는 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투자를 잘하려면 사람에 대한 이해, 인간심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집주인이 받고 싶은 가격 수준에서 너무 차이가 나면 ‘차라리 안 팔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 심리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에서 거래 실종 현상이 나타나자 이 지역에서는 한 달에 1건의 매매 중개도 하지 못하는 중개업소가 허다한 상황이다. 공인중개사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폐업한 중개업소가 가장 많았던 곳 역시 강남구였다. 강남구 중개업소는 지난달 개업 25개, 폐업 32개, 휴업 1개소를 기록했다.

고가의 부동산 가격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대출이자와 세금을 반영하면 안 그래도 비싼 강남 아파트는 치러야 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거래량은 수요자들의 심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매수자들이 고금리 태풍에 사실상 거래파업을 벌이면서 불확실성에 늘어나는 금리 부담만큼 할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못 속인다”며 “금리 인상 랠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가격 메리트가 두드러져야 거래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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