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꽉 찬 드럼통(200ℓ) 2만5578개가 묻힌 곳 바로 위에서 휴대용 방사선측정기(ADR, 자동선량계)로 측정했더니 나온 방사능 수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한 마디로 현재 방사선량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곳의 연간 방사선량은 서울보다도 적다”고 말했다. ADR은 초기 설정한 방사선량을 초과하면 경보음이 울려 작업자가 피폭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방사선량 측정 보조 기구다.
|
1단계 처분장 입구에서 차를 타고 5분 가량 약 1.4km의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자 ‘1단계 동굴처분시설’이 보인다. 흔히 ‘경주 방폐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묻혀 있다. 해수면 아래 지하 80~130m 지점에 직경 23.6m, 높이 50m 규모의 원통형 구조물 6개로 건설돼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다.
1단계 동굴처분시설은 지난 2014년6월말 준공해 이듬해 7월 처음으로 방폐물을 처분했다. 방폐장 주변의 연간 평균 실제 방사선량은 0.01밀리시버트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량(3.075밀리시버트)와 비교해도 극소량이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이곳에는 현재 200ℓ짜리 드럼통 2만5578개가 묻혀 있다. 올해는 총 2704드럼이 들어올 예정이다.
|
1단계 처분장 인근에는 2단계 처분시설이 착공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1단계처럼 동굴형이 아닌 ‘표층처분방식’이다. 지표면 가까이에 천연방벽과 공학적 방벽을 만들고, 그 속에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방식이다. 처분 대상은 저준위, 극저준위 폐기물이다. 1단계 처분장에 묻힐 중준위 폐기물보다는 방사능 농도가 낮은 폐기물이다. 이 시설은 약 6만7000㎡ 부지에 총 12만5000드럼을 처분하는 규모로 건설된다. 규모 7.0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성능도 갖춘다. 2025년부터 약 2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저준위나 극저준위 방폐물을 수용한다.
중·저준위 방폐장 착공으로 원전 내 폐기자재(중준위)나 작업복, 장갑(저준위) 처리 문제는 해결했으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 방폐물은 현재 방폐장이 없어 각 원전 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다. 그나마 오는 2031년부터 차례로 포화 예정이어서 시설 확충과 함께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위한 절차 착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장관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장에 이어 고준위 방폐물 해결을 위한 로드맵 마련 의지도 밝혔다. 그는 “고준위 방폐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원전 혜택을 누린 현 세대의 의무이자 책임이며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을 제정하고, 연구개발(R&D) 기술로드맵을 통해 관련기술을 확보해 수출시장 개척까지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