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매물' LG엔솔 보호예수 해제…코스피 2400 흔들까

27일 LG엔솔 6개월 보호예수 물량 2억146만주 해제
기관 물량 3조8945억원 매물 나올 가능성 고조
코스피 거래대금, 2년 5개월만에 최저치…'수급 악화'
원·달러 환율도 1310원선 지속…시장 긴장감 확대
  • 등록 2022-07-26 오전 5:08:26

    수정 2022-07-26 오전 5:08:26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7월 증시 마지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7일이면 상장 6개월을 맞아 일부 주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로 등극할 만큼 덩치도 큰데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코스피의 거래도 뜸해진 만큼 이번 보호예수 해제가 코스피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최대 3조9000억원 매물폭탄 떨어진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상장 주식 중 86.09%에 달하는 2억146만365주의 물량이 보호예수 해제된다.

이 중 최대주주인 LG화학이 보유한 지분 1억9150만주(81.84%)는 당장 시장에 출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기관이 보유한 996만365주(4.26%)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기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대부분 6개월 보호예수를 설정해 물량을 받았다. 게다가 손해도 보지 않은 상태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는 39만1000원으로 공모가(30만원)를 30.33% 웃돌고 있다. 이 물량이 모두 출회한다면 총 3조8945억원이 된다.

보호예수는 IPO나 유상증자, 인수합병 때 주식을 다량 보유하게 된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3~12개월)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보호예수가 해제될 때마다 약세를 보이곤 했다. 지난 4월 27일 상장 3개월을 맞아 전체 주식의 4.4%에 달하는 187만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리자 당일 주가는 1.30% 하락했다.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에 따른 우려로 보호예수 해제 3거래일 전부터 개미들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4월 27일 이후에도 기관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LG에너지솔루션은 9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 주가는 8.12% 빠졌다. 유통가능한 물량이 상장 주식의 10% 미만 수준인 만큼, 작은 수급 변화에도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호예수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아도 오버행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공매도도 쌓이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대차잔고는 2조9959억원 규모다. 지난달 말(2조5510억원)보다 17.4% 급증했다. 대차잔고가 무조건 공매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 금융법상 차입 없는 공매도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대차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대차잔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하락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무관한 수급적 우려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대금 2년 5개월만의 최저치…수급 충격 우려도

가뜩이나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5조959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원) 이후 2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증시가 2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긴장감은 여전한데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1310원선에서 장을 마쳤다. 여기에 4조원 어치에 육박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보호예수 해제는 시장 전체의 변동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보호예수 해제 이후 IPO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대규모 기관 자금이 움직이면 시장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회수한 투자자금을 다시 공모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하반기 대어들에 대한 후속 투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반기에는 기관이 주목하고 있는 대어들이 대기 중이다. 쏘카, WCP 등 시가총액 1조원대의 대형주 상장이 예정돼 있고,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SSG닷컴, CJ올리브영 등도 하반기 상장이 예상된다.

오광영 신한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에 이 정도 수준의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적이 없다”면서도 “정상적으로 기관 자금이 현금화되면 IPO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경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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