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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비공개회의를 다 없애고 싶었다. 그냥 대놓고 무시 당하기 싫어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주창하는 `쇄신과 변화`를 위해 비대위원장직에 앉혔지만, 결국 자신들의 `꼭두각시`가 되기 바랐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박 전 위원장의 작심발언이 쏟아졌다.
고위 전략 회의를 가기 2시간 전부터 우울했다는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의원에 “제 말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으니 “뭐라고 하셨죠?”라고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반복된 무시에 그는 “저 좀 `패싱`(passing)하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밀실 정치`, `짬짬이 정치`라는 말이 비공개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에 박 전 위원장의 단어는 더욱 거칠 수밖에 없었다. 표현이 불편할지언정, 욕을 먹을지언정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밑바닥`을 직면했다는 박 전 위원장은 이번 8·28 전당대회 출마 불허 결정에 기득권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할 때는 자리에 앉혔다가 본인들 말을 듣지 않고 자기들의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출마를 `허용해줄 수 없다`는 거절에서 민낯을 보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청년을 어떻게 대하는 지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고 나서도 하루에도 5~6번씩 많은 의원들께서 좋은 의도로 전화를 주셨지만 3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결과는 `가만히 있어` `하지 마`였다”며 “혁신하기 위해 왔지만 결론은 혁신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토로했다. 끝내 이들이 `청년 정치인`을 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제 국민 앞에 낱낱이 보여 드리고자 했다”며 “민주당의 갈 길을 정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이 쇄신을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말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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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여 일간의 짧은 비대위원장의 처음과 끝엔 이재명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을 때도 수십 번 거절했던 그는 이 의원을 `약속`을 믿었다. 수많은 여성 의원들이 `얼굴 마담`으로 앉힐 것이라는 우려에도 말이다.
약자를 위해, 여성을 위해 싸우겠다고 약속했던 이 의원은 사라지고 이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없다고 말한 그는 “이 의원도 자기가 부릴 수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비대위원장에 앉힌 건데 본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많이 불만을 표출하신 것이 아닌가”라며 “대의를 위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자기의 안위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기회주의자”같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최강욱 의원에 대한 소신 발언 등 자신의 뜻을 막자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계속 저를 막아 밟히는 기분이 들어 싫었다”며 “다른 분을 통해 `밟을수록 안 밟힌다`고 전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본인을 이제 (인천 계양을 지역으로) `콜`(call)해 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도 있다”며 “호출(공천)을 안 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 결정을 했지만, 그 후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애정이 있기에 비판도 있다”고 말하며 이 의원과의 연대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싸운 적은 없다”며 “민주당이 집권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니까 총선에서도 이겨야 하고 언제든 뜻이 같으면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청년 입성을 위해 앞으로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도 이런 애 있어. 민주당 앞에 세워 놓는 `마네킹`”이 되길 거부하는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안에서, 자신의 정치를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조금이나마 청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라는 박 전 위원장은 “청년들의 자리가, 청년들의 의제가 빛을 발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민주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속에서 제 또 다른 역할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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