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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2조3000억~2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기업은행이 연간 2조원 실적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0년(1조5479억원)보다 55%나 늘어난 규모다. 이미 지난해 3분기에 1조82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20년 실적을 돌파했다. 개별 기준으로도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순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중소기업 대출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2020년 상반기에 연간 중소기업 대출 목표 실적을 달성해 하반기 추가 목표를 각 지점에 내릴 정도였다. 대출자산이 늘어난 만큼 이자이익이 증가해 지난해 최대 순익 달성으로 이어졌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금융권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최대 실적을 냈지만 기업은행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0.9%에 그쳤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8~2.8%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을 0.9%로 내려 잡았다. 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정부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올해 말 결정될 올해 임금인상률은 1.4%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연말 보너스도 없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성과급 명목으로 직원 1인당 100만원 미만 규모로 우리사주 지급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경영예산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대 실적을 이어가며 기본급 300% 성과급 지급 등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이듬해 8월 기본급의 최대 200%까지 업적 성과금을 지급하는 구조”라며 “지난해에도 180%의 업적성과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등 낮은 임금인상률에 성토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행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한 직원은 “코로나19 사태 후 지점 인력이 부족해 본점에서 대거 파견을 보낼 정도로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했다”며 “이런 와중에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실적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럴 바에 공공기관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희망퇴직금 연봉의 23%…신청자 ‘제로’
반면 희망퇴직을 하면 기존 연봉의 45%에서 0.5(정년까지 5년 이하 남은 경우, 6년 이상 남으면 0.25를 곱함)를 곱한 수치를 남은 정년 기간만큼만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사실상 기존 연봉의 23%가량(정년까지 6년 이상 남은 경우 5년 초과 기간은 11%)만 받는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6년1월 이후 희망퇴직제도를 폐지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자가 없었다”며 “다만 희망퇴직제도 폐지 이후 생긴 준정년퇴직제도를 이용하는 직원은 연간 30~40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를 떠나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는 게 유리하다. 준정년퇴직 시에는 실업급여조차 신청할 수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