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李·尹 '동굴 안 개구리' 불과"[만났습니다]②

국제 정세 못보는 이재명·윤석열에 뼈 있는 농담
하늘도 못본다는 의미로 '동굴 안 개구리' 비유
"이번 대선 마크롱 당선 때와 비슷한 상황…與野, 국민 신뢰 바닥"
"사회 이바지 위해 정치 시작…이전보다 단단하고 강해져"
  • 등록 2021-12-03 오전 6:00:00

    수정 2021-12-03 오전 6:00:00

[대담=김성곤 정치부장, 정리=송주오·이지은 기자] 2012년과 2017년, 그리고 2022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출마에 나섰던 2012년과 비교하면 이번 도전은 초라하다. 지지율도 거대 양당 후보에게 가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는 자신감을 보였다. 동시에 재치있는 농담으로 주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능력도 선보였다. 지난 10년간 여의도에 머물며 ‘정치인 안철수’로 성장해 온 결과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다만 안 후보는 “초심은 잃지 않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초심이란 의사, 대학교수, 벤처기업가로 명성을 드높였던 배경을 뒤로하고 정계에 입문했을 때의 마음가짐이다. 그는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되는 사람이 진흙 뻘밭에 뛰어들어 제 몸을 더럽히고 모욕당하면서도 이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대 의원 시절 김영란법, 신해철법 통과를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권력을 휘두르는 것보다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정치 행위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차기 대한민국의 비전으로 ‘과학기술강국’을 선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의 세계적 흐름을 분석한 해법이다. 안 후보는 “기술, 외교, 국방, 안보가 한 덩어리로 된 건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모른다”며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고 동굴 안 개구리다. 우물 안 개구리는 하늘이라도 쳐다본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안 후보는 과거 대선과 다른 마음가짐도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등장해서 2016년까지 성공을 많이 했던 편”이라며 “이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난 대선 이후 가장 어려운 기간을 보냈고, 훨씬 더 단단하고 강해졌다”고 자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다음은 안 후보와 일문일답이다.

-2012년과 다른 환경에서 대선에 도전하는 소회는.

△세 번의 대선이 신기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지형이었다. 2012년에는 우파 후보 박근혜 후보가 아주 공고했고, 2017년에는 문재인 후보가 아주 공고했다. 이번에는 양쪽 다 도덕성 면이나 능력 면에서 사람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인 것 같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프랑스도 거대 양당이 계속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적폐 교대를 반복하니 양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땅바닥일 때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됐다. 프랑스에 결선투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 1차에서부터 마크롱이 1등을 했다. 결선 투표가 없었어도 마크롱이 됐다.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물론 저도 고민이 있었다. 지난 2018년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독일로 떠났다. 당시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 끝에 바티칸에 갔다. 가나에서 온 추기경 한 분을 뵙고 그분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정치 계속하는 게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소책자를 내게 주더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1일 신년사로 말했던 것의 영어 번역판이었다. 살펴보니 신년사에서 정치에 대한 이야기 한 구절이 있더라. ‘정치는 가장 진실한 형태의 자선이다’란 구절이다. 사회에서 성취도 이루고 남부러울 것 없이 이웃의 고통을 보지 않고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되는 사람이 진흙 뻘밭에 뛰어들어 제 몸을 더럽히고 모욕당하면서도 이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게 정치 행위다. 그야말로 진실한 형태의 사회에 대한 봉사와 자선. 지난해 1월 19일 그래서 돌아왔다.

-손학규 전 대표도 ‘과학입국’을 비전을 제시했는데, 본인을 벤치마킹했다고 보는가.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오히려 거대 양당서 세계적인 추세를 모른다는 게 문제다. 세계를 움직이는 메가트렌드가 3가지 있다. 현재 코로나19가 세상을 크게 바꾸고 있고, 10년 후에나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4차 산업 혁명이 지금 진행되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으로 기술 패권을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기술·외교·경제·국방·안보가 한 덩어리로 된 건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외국 동향을 들여다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양쪽 후보들은 제가 보기에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라 ‘동굴 안의 개구리’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하늘이라도 본다.

-세계 흐름을 살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제가 지난해 5월에 연말쯤 백신이 나올 테니 정부에게 대비하라 조언했다. 그러나 이를 안 들어 백신 후진국이 됐다. 결정권자가 세계적 흐름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과거 대선에 도전할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지난 대선 이후의 기간은 가장 어려운 기간이었고, 훨씬 더 단단하고 강해졌다. 그러나 초심은 잃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겠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보통은 후보를 중심 수직적인 데 우리는 후보가 있지만 주위에 수평적 8개 본부와 위원회로 구성했다. 본부장이나 위원장이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갖고 부서와 직접 소통해서 일을 만든다. 중앙은 일정과 관련해서 조정만 한다.

-청년층 표심이 중요한데 공략법은.

△청년 본부가 따로 있다. 청년들이 기획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조직이다. 다른 쪽들을 보면 이미 있는 조직에 청년 한두 명을 끼운 형태다. 청년이 모두 참여해서 의견을 반영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청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그게 조직적인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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