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분야에서 ‘여성 최초’, ‘국내 1호’ 타이틀을 보유한 세 명의 여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과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편견을 깨고 값진 성과를 이룬 그들이지만, 이제 성별의 틀을 깨고 자신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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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리부트 유어 스토리(Reboot Your Story) :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 챕터2 ‘도전 : 위대한 첫발’에선 열정과 사명감으로 편견을 극복해낸 이들이 모여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당당히 진입해 괄목할 성과로 첫 발자국을 남긴 이야기를 공개했다.
33년차 방송인 이금희가 좌장을 맡은 챕터 2에 참석한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 이진숙 인천경찰청 경위, 해경 창설 후 68년 만에 올 초 해양경찰 첫 여성 고위공무원으로 취임한 조현진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장, 2019년 사상 처음 제철소 여성 임원에 오른 김희 포스코 생산기술전략실 생산기술기획그룹장이 그 주인공이다.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을 만나 결정적인 자백을 받아내는 등 굵직한 형사사건을 두루 맡은 이진숙 경위는 “아이 둘을 낳고 나서 프로파일러가 됐는데 둘이나 있으니까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자기 위치가 되는 것”이라며 “여성이란 이유로 한계를 짓지 않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결심하면 날 도와주는 사람도 보이고 극복할 힘이 그 안에서 나와 어디서든 당당한 사람으로 서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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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젊은 나이에 제철소 안전모를 쓴 김희 그룹장은 슬라브정정공장장, 제강공장장 등을 거쳐 국내 제철소 최초 여성 임원으로 발탁됐다. 첫 여성 공장장으로 5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을 이끄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여성 특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김 그룹장은 “현장에서 여성이 갖고 있는 섬세함이 도움이 됐다”며 “쇠들이 다 동일해 보이지만 다르고, 철강업에 면밀한 하이테크 기술들이 다 들어 있어 굉장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종합분석력을 가진 여성들이 오히려 접근할 부분도 많다”고 짚었다.
이진숙 경위는 용의자와 라포(rapport·상호 신뢰관계)를 만드는 데도 강점을 보탰다. 이 경위는 “과학수사부에 첫 배치 받았을 때는 여경이 아예 없었고 프로파일러 분야 선배는 아예 없었지만 버텼다”며 “모성에 범죄자들의 경계심이 완화된 느낌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봤다. 해양경찰에서 여성 비중은 10%, 공무직에선 24% 수준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 채용 시에도 성별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잠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이젠 성별을 떠나 개인 역량과 성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