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피하려 日 수산물 국산으로 속여…100만곳 ‘단속 사각지대’

올해 1~6월 음식점 436곳, 원산지 표시 위반
日 불매운동 거세지자 일본산→국산 둔갑
단속률 1.2% 불과, 단속 예산·인력 태부족
  • 등록 2019-08-07 오전 12:00:00

    수정 2019-08-07 오전 12:00:0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3년 10월19일 일본 후쿠시마현 근해에서 잡은 문어를 시식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올해 전국 수백곳의 횟집 등 음식점에서 해외 수산물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행태까지 벌어졌다. 인력·예산 부족으로 연간 100만곳 이상 단속조차 못하고 있어, 수산물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6일 이데일리가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의 ‘2019년 상반기(1~6월)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실적 및 적발 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총 436곳이 적발됐다.

이들 음식점은 원산지 표시를 위반해 수억원을 챙겼다.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거짓표시’ 처분을 받은 음식점 92곳이 4억1700만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 ‘미표시’ 처분을 받은 음식점 344곳이 3600만원 어치를 팔았다.

적발 내역을 보면 전국적으로 다양한 수법으로 소비자를 속였다. 서울 강남구 소재 업체는 중국산 오징어를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선 미국산 장어가 국산 토종 장어로 둔갑했다. 일본산과 러시아산을 혼합해 국산 창난젓이라고 판매한 곳도 있었다.

특히 일본산 수산물을 국내산 등으로 속여 파는 음식점이 매달 적발됐다. 경기 구리·안양, 강원 강릉·원주·양양·홍천, 경남 진주, 전북 군산·전주, 부산 부산진구, 대전 대덕구, 제주 소재 음식점 16곳이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지난달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A 횟집은 일본산 돌돔을 국산이라고 표시해 팔다 적발됐다. 제주시 B 횟집도 일본산 활벵에돔 15kg을 국산으로 허위 표시해 판매했다.

문제는 이렇게 적발된 음식점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수품원이 단속해야 하는 전국의 음식점은 101만4897개(작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에 단속한 규모는 1만2013개(1.2%)에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146만2605개소 중 28만228개소(19.2%)를 단속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우동식 수품원 원장은 “인력·조직·예산 부족 때문”이라며 “특히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충청도 등 내륙 지역의 경우 행정 지원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단속 인력(특별사법경찰관+명예감시원)은 농관원이 1만8499명에 달하지만 수품원은 873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수산물 안전 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년도 예산에 얼마나 지원 규모를 늘릴지 확정하지 못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일본의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관련 종합 대응계획’ 브리핑에서 “식품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관련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정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턱없이 부족한 인력, 예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판매했다가 올해 1~7월에 적발된 음식점 명단이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9조)’에 따라 2회 이상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표시한 음식점은 1년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 상호명이 공표된다.[출처=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농산물과 수산물 검역 대상이 되는 음식점이 둘다 100만 곳이 넘는데, 조직·인력·예산 격차가 크다. 단속 규모는 2018년 기준이다. 단속 인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경우 특별사법경찰관 1110명(원산지 관련 전담 인력 273명)과 명예감시원 1만7389명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경우 특별사법경찰관 131명(전담 인력 21명)과 명예감시원 742명을 더한 것이다. [출처=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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