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LDL콜레스테롤 쌓이면 혈관 막아…심근경색. 뇌줄중 발병 위험 높여

우리 몸의 필수성분 콜레스테롤, 지나치면 동맥경화 유발
심장 질환 예방 위해 하루 빨리 관리 시작해야
조절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위험
  • 등록 2019-06-25 오전 12:05:55

    수정 2019-06-25 오후 3:58:3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경기도에 사는 성훈 씨(가명·41)는 평소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스스로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직장인이었다. 매년 건강검진 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는 편이었지만, 큰 불편함은 없어 약물치료 없이 평소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작된 가슴 통증이 며칠 간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극심한 통증이 1시간 넘게 가시지 않자 결국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 내원한지 5분 만에 심정지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응급 관상동맥성형술을 실시해 다행스럽게도 의식 손상 없이 회복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콜레스테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높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조절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인자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 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10년, 20년 후에도 심혈관 질환 없이 건강하려면 하루 빨리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지나치면 동맥경화 유발

콜레스테롤은 신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의 구성 성분이 되며, 소화에 필요한 담즙산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 모두 음식물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식사에 의해 300~500㎎ 정도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며, 체내에서 합성되는 콜레스테롤은 그보다 훨씬 많은 1,000~1,200㎎ 정도다. 우리 인체는 음식물에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양에 따라 체내에서 합성하는 콜레스테롤 양을 조절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을 혈액을 통해 인체 곳곳으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지단백’이라는 합성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지단백 중에는 저밀도 지단백(Low-density lipoprotein, LDL)과 고밀도 지단백(High-density lipoprotein, HDL)이 있는데, 이중에서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벽 안으로 들어가 동맥경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입자가 작은 LDL이 체내에 너무 많이 존재하게 되면 혈관벽 속으로 침투해 기름때가 축적되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DL 콜레스테롤이 과다해지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기전이 작동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등이 몰려오는데, 이 과정에서 동맥경화반이 형성된다. 콜레스테롤 노폐물이 쌓이면서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피가 흘러야 할 혈관 내강이 좁아지면서 혈류 장애가 유발되는 것이다.

강시혁 교수는 “동맥경화가 뇌혈관에 발생하면 뇌졸중을 일으키고, 심장혈관에 발생하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게 된다”며 “이외에도 말초혈관질환, 신기능저하, 동맥경화성 망막질환, 혈관성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LDL 콜레스테롤은 낮을수록 좋아

최근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고 한다. 따라서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LDL 콜레스테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강 교수는 “쉬운 이해를 위해 130mg/dL 미만을 정상, 130~159mg/dL를 경계, 150mg/dL 이상을 위험 수준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70mg/dL 미만으로 낮출 것을 권고 하는 등 환자가 갖고 있는 기저질환과 위험인자에 따라 목표치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험인자가 많은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더욱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45세 이상, 여성은 55세 이상의 고령, 관상동맥질환 조기 발병의 가족력, 고혈압, 흡연,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이하인 경우 특히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 운동으로 콜레스테롤 조절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LDL 콜레스테롤을 상당 부분 조절 가능하다. 우선 체질량지수 25kg/㎡ 이하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혈중 콜레스테롤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체질량지수로 평가하는 비만뿐만 아니라, 복부비만의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동양인의 경우 남성은 허리둘레가 90㎝, 여성은 80㎝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돼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식습관도 중요한데, 칼로리 섭취를 줄이되 단백질을 포함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야채 등에 함유된 식이섬유의 섭취량을 늘리는 등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인공식품에 포함되어 있는 트랜스 지방산은 총 칼로리의 1% 미만으로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포화지방산을 불포화지방산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나친 음주는 중성지방 수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며, 특히 흡연은 혈압을 높게 하고 H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꼭 금연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경우 하루 30분씩 주 5회, 고강도의 운동은 25분씩 주 3회 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약물치료도 효과적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 금연을 먼저 추천하지만 이러한 생활습관 교정으로도 수치가 높다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스타틴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스타틴을 사용할 수 없거나 용량을 올려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에제티미브, 담즙산 결합수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피하주사제재로 개발된 PCSK-9 억제제가 출시되어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진행해야 한다.

일부 환자들은 한번 약을 먹으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말에 겁을 먹고 약물치료를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때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만으로도 수치를 많이 떨어뜨릴 수 있다. 강시혁 교수는 “최근 사용되는 콜레스테롤 약제들은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적고,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증명되었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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