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베스트바이가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금방 그칠 소나기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에 대해 투자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습니다. 결산회견에서 무역분쟁이 사업에 끼칠 악영향에 관한 질문을 받은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CEO는 “실제 관세가 발효되는 것인지, 최종적으로 어느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해서 실적에 무역분쟁의 영향이 어느정도 끼칠지 추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까닭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국내외 기업들의 태도는 생각보단 여유로웠습니다. 무역분쟁에 따른 이익감소를 본격적으로 겪기 시작한 기업이 그리 많지 않았을 뿐더러, 언젠가는 양국이 타협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탓이죠.
실제 24일(현지시간) 신발 판매업체 풋락커는 예상을 하회한 실적을 발표하며 전날 대비 15.96%나 폭락했습니다. 향후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신발에 관세가 붙으면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나이키, 언더아머 등 미국 내 170개 신발회사가 미국 정부에 중국산 신발에 대한 관세 부과 추진 중단을 요청한 건 더 이상의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한 몸부림일 겁니다. 이런 시장의 흐름에서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무역분쟁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장사들을 외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그림자가 두 당사국의 경제에도 조금씩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한국은 대중무역에서 중간재 수출비중이 높은데, 중국의 소비재 완제품들에 본격적으로 관세가 붙기 시작하면 완제품 뿐만 아니라 중간재 수요까지 덩달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품목을 보면 전기전자 및 기계 품목이 40%를 차지해 한국은 당장 중국과 경합 중인 IT부문에서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3000억달러 제품에도 추가 관세가 도입된다면 휴대폰·노트북 등 완제품 공급망에 속한 국내기업들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젠 당장의 호실적 보다도, 상장사가 얼마나 무역분쟁 대책마련을 잘 해놓았는지에 따라 주가가 반응하는 시절이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