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 김석환 대표 "티켓사이트, 취향 맞춘 '문화창구' 돼야"

최근 공연시장 영향력 넓히는 예스24
2007년 ENT 사업 총괄…대표까지 올라
고객 ''타깃팅'' 위해 대학로 공연장 운영
"고객에 ''문화'' 경험 제공하는 게 중요"
  • 등록 2019-05-09 오전 5:58:17

    수정 2019-05-09 오전 5:58:17

‘음악 애호가’인 김석환 예스24 대표는 지난 4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에 다녀왔다. 그는 “블랙핑크에 열광하는 외국 관객들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취향에 따른 ‘타깃팅’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티켓 사이트도 취향에 따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87년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고 김현식이 함께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김석환(45) 예스24 대표이사는 음악 애호가다. 10대 시절부터 외국 팝 음악과 가요에 빠져 살았다. 처음으로 산 LP는 마이클 잭슨이 1987년 발표한 앨범 ‘배드’. 잡지에서 발매 소식을 접한 뒤 6개월이나 기다려 설레는 마음으로 LP를 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예스24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80년대 집에 인켈 오디오가 있어서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던 ‘하이파이 세대’였다”며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부모님 영향으로 음악·책 빠져 지내

김 대표와의 만남은 최근 공연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예스24의 향후 사업 방향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이야기 못지않게 문화에 대한 김 대표의 남다른 관심이 흥미로웠다. 그 관심의 시작은 부모님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예스24의 지주사이자 한세실업 창립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과 조영수 경기대 명예교수의 아들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휘트니 휴스턴의 2010년 내한공연은 지금도 김 대표가 꼽는 최고의 공연 중 하나다. 뉴욕에서 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요즘은 콘서트는 물론 뮤지컬·오페라도 틈틈이 챙겨보고 있다”며 “공연을 보면 무대 출연자들과 가까워지는 순간이 항상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음악 못지않게 책에 대한 애정도 깊다. 김 대표는 “교수인 어머니는 서재를 따로 갖고 있었고 아버지도 어머니 못지않게 책이 많았다”며 “어릴 적부터 집에서는 항상 책에 둘러싸여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서 좋다”며 “책 읽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에 대한 김 대표의 남다른 관심은 예스24의 사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2007년부터 예스24 이사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그는 음반·DVD 및 영화·공연 예매 등을 담당하는 ENT 사업을 총괄해왔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예스24 상무이사를 지냈고 2017년부터 예스24의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예스24의 지향점은 ‘문화’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예스24가 티켓 예매시장에서 지난 10년 사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이 예스24를 ‘문화를 파는 창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티켓 예매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석환 예스24 대표이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예스24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티켓 사이트도 ‘넷플릭스’처럼 가야”

인터파크에 이어 공연 티켓 예매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예스24는 최근 공연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부터 서울 광진구에 콘서트 전문 공연장 ‘예스24 라이브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대학로 수현재빌딩 내의 공연장 3개관(구 대명문화공장 및 수현재씨어터)을 ‘예스24 스테이지’로 재개관했다. 티켓 사이트 중 연극·뮤지컬 전용 공연장을 운영하는 것은 인터파크에 이어 예스24가 두 번째다.

예스24가 공연장 운영에 뛰어든 것은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처럼 티켓 사이트도 단순히 표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걸 취향에 따라 제공해야 한다”며 “티켓 예매를 넘어 좋은 공연을 고객 요구에 따라 ‘타깃팅’하기 위해 대학로 공연장 운영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스24 스테이지’는 다른 공연제작사에 공연장을 빌려주는 대관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신진 창작자를 키우고 작품도 개발하는 등 공연 제작도 지원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대명문화공장과 수현재씨어터의 공연들이 대학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은 것처럼 예스24 스테이지도 작품성에서 프리미엄이 있는 공연장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며 “예스24의 방향과 맞는 공연이 있다면 제작을 지원할 의향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9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예스24는 2000년부터 음반·DVD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영화 예매 서비스를, 2007년부터는 연극·뮤지컬 등 공연 예매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예스24 ENT 사업의 매출도 2014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2000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매출 24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NT 사업 매출의 46.3%(2018년 기준)가 공연 티켓 예매에서 나온 만큼 공연시장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예스24의 주요 고객인 30~40대에게 가장 기본적인 문화 체험은 책·음악·영화·공연이다”라며 “책과 마찬가지로 공연에서도 고객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딸 바보’ 아빠…“아이들에게 꼭 책 읽어줘”

아버지에 이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부담감도 클 법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예스24는 상장회사이기에 내 회사가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회사”라며 “ENT 사업을 총괄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 역할은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고 세세한 부분은 각 본부에 맡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대표로서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집에서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는 ‘딸 바보’ 아빠다. 결혼한 지 3년째인 김 대표는 지금 각각 3살과 2살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 그는 “바빠도 꼭 집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자 한다”며 “딸들에게 존경 받는 아빠가 되는 것도 개인적인 꿈 중에 하나다”라고 말했다.

김석환 예스24 대표이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예스24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김석환 예스24 대표이사는

△1974년생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학사·정보공학 석사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예스24 이사로 ENT 사업 총괄 △2012부터 2016년까지 예스24 상무이사·전무이사 △2017년부터 현재까지 예스24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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