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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마존은 고객을 본다. 데이원 정신, 고객중심주의, 플라이휠 등 정말 많은 성공의 열쇠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성장 비결은 말이 정말로 지켜지는 곳, 즉 ‘말과 행동의 거리가 짧은 곳’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은 명실상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기업이다. 1994년 온라인 서점부터 시작해 패션, 가구,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진출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고속 성장해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2329억달러(약 259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2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전 세계의 유통을 좌지우지하지만, 평균 근속 연수가 1년일 정도로 버티기 어려운 회사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 아마존에서 10년 이상 근속한 이가 있다. 최근 자신의 12년 직장생활을 담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한빛비즈)를 펴낸 박정준(38) 씨다. 그는 2004년 아마존에 입사해 2015년에 퇴사하면서 ‘아마존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한인’이 됐다.
현재는 1인 기업 ‘이지온 글로벌’을 만들어 한국의 놀이매트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마존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박 씨는 “소비자들에게 자신밖에 제공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기업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며 “‘더 빠르게 제대로, 그리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노력’을 지속해가는 것이 교과서 같지만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각자의 특별함 무기로 성장해야”
“미국에서는 하나의 물건을 살 때 여러 곳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지만, 고객에게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물건을 사려면 워낙 수가 많아서 판단이 어렵다.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원칙을 지키며 각각의 특별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유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배송’ 문제다. 한국만 해도 매일 ‘배송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고객과의 ‘배송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내 이직 제도 장점…“직장이 인생의 목표는 아냐”
박 씨는 오랜 기간 아마존에서 근무하면서 ‘디스커버리 QA’ ‘킨들&디지털 플랫폼’ 등 8개 부서에서 일했고 개발자, 경영분석가 등 5개 직종을 거쳤다. 아마존의 ‘사내 이직 제도’는 큰 장점인 반면 ‘승진 제도’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아마존의 자율성과 수평적인 문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1년이 지나면 부서를 옮기는 게 가능해 새로운 에너지로 일할 수 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효율적이다 못해 경쟁적으로 돌아가는 업무 환경과 여러 부서에 영향력을 끼쳐야만 승진이 될 수 있는 까다로운 승진 제도였다. 승진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하면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30 청년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직장과 직업에 얽매이기 보다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청년들이 직장생활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훗날 그것을 기반 삼아 자신밖에 할 수 없는 가치를 세상에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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