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최강 연비로 무장한 유럽산 해치백..2019 르노 클리오

  • 등록 2019-02-15 오전 12:10:00

    수정 2019-02-15 오전 12:1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지난해 5월 출시된 르노 클리오가 해치백 불모지인 국내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월평균 3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며 나름 존재감을 키우는 셈이다. 큰 대수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숫자다.

클리오는 르노삼성 SUV QM3와 차체부터 파워트레인까지 공유하는 형제 차량으로 QM3와 마찬가지로 국내 생산이 아닌 유럽에서 전량 수입해온다. 르노삼성이 아닌 르노 브랜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대로 된 차’라는데 의미가 있다(2인승 전기차 트위지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한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르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 안았다.

클리오는 유럽에서는 연간 10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링 소형 해치백이다. 단단하 차체와 내구성, 좋은 연비와 가성비 등 실용성이 돋보여 폴크스바겐 골프와 경쟁한다.

국내 수입된 클리오는 2012년에 출시된 4세대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햇수로 7년차에 접어든, 소위 ‘끝물’인 셈이다. 지난달 르노는 5세대 클리오가 오는 3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데뷔할 것이라며 디자인을 선공개한 바 있다. 국내 출시 1년이 채 안돼 해외에서 풀 체인지 모델이 등장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2019년형 클리오를 만났다. 한정판 트림인 ‘스틸 에디션’을 추가하고 강화된 유로6 배기가스 규제 기준에 대응해 엔진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가격은 출시 그대로다. 과연 클리오는 지금도 신차로서의 가치가 충분할까?

클리오의 외관은 단숨에 시선을 휘어잡는다.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형제차 QM3와 얼핏보면 유사하지만 훨씬 날렵하고 강인한 인상이 특징이다. 단단한 껍질의 곤충을 연상케 한다고 할까. 소형차에 특화된 프랑스 브랜드답게 단단하고 실용적이다. 여기에 LED램프 같은 급에 맞지 않는 호화사양까지 갖췄다.

시승차는 에투알 화이트 색상이다. 근육질 차체를 실제 사이즈보다 더 커 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전면 그릴, 사이드 몰딩, 트렁크 끝에 더해진 붉은색 포인트가 신선함을 더한다.

전면부는 커다란 르노 엠블럼을 중심으로 이어진 양 끝에 LED 헤드램프를 배치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ㄷ’자 형태로 점등되는 주간주행등과 코너링 램프를 겸용하는 LED 안개등도 마련됐다.

프론트 오버행을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해치백 비율을 선보이는 측면은 흰색임에도 특유의 볼륨감이 눈에 띈다. 창문 면적이 작은데다 윈도 라인이 날렵해 스포티함을 더한다. 뒷좌석 도어캐치는 소형차에서 주로 쓰이는 히든 타입으로 C필러에 숨어있다. 이 효과로 언뜻 보면 3도어 쿠페 같은 느낌을 준다. 17인치 알루미늄 휠은 방사형 디자인이다. 실제 사이즈보다 커 보이며 스포티한 차의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후면부는 측면에서 이어진 굴곡이 도드라져 볼륨감이 상당하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날렵하게 다듬은 LED 리어램프를 최대한 가장자리에 배치했다. 차를 더욱 넓어보이게 한다. 범퍼하단에 검은색 유광 디퓨저를 넣어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다. 엠블럼 한 가운데 자리잡은 후방카메라는 볼 때마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차에 오르자 세미 버킷 형태의 앞좌석 시트가 몸을 감싼다.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게 조절할 수 있다. 도어트림 손잡이와 윈도 스위치는 높게 배치돼 키가 큰 사람도 팔을 올리고 있으면 편인한 자세가 연출된다.

외관 디자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는지 실내는 심플하다 못해 볼품이 없다고 할까. 형제차답게 QM3와 많이 닮았다. 한껏 부푼 외관에 비해 실내 공간은 크지 않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붉은색 포인트를 넣어 스포티한 느낌을 냈다.

시트는 몸이 밀착되는 부위에 엠보싱이 들어간 직물소재다. 직물시트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열선 기능을 장착했다.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 웬만한 가죽시트 보다 낫다. 급한 코너링 시에도 양 옆으로 솟아오른 볼스터가 허리를 잘 잡아준다. 스포티한 차량 성격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대신 오염에 취약하다는 것과 여름철 더위 해소가 어렵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형제차인 QM3에서 불편함으로 지적됐던 다이얼식 시트 조절레버도 그대로다. 위치도 애매하고 다이얼을 돌리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암레스트를 겸하는 접이식 콘솔박스를 펼쳐 놓았을 때는 손을 넣어 조작하기가 불편할 정도다. 동승석에 앉은 연인을 위해 대신 다이얼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 하나만 좋다고 할까. 수동식 ‘워크인 디바이스’ 인 셈이다.

열선 스위치는 시트 바깥 쪽에 자리한다. 버튼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야간 주행 시에는 손으로 더듬어 찾아야 한다.

클리오 스티어링 휠은 림이 두꺼워 손으로 쥐었을 때 묵직한 감각이 좋다. 가죽으로 꼼꼼하게 감싸 미끄러짐을 최소화 한 부분도 굿이다. 안정적인 핸들링에 도움을 준다. 운전감각에 대한 부분만큼은 소형차급 이상이다.

계기판은 QM3와 모양은 살짝 다르지만 구성은 동일하다. 중앙에 디지털 속도계를, 좌우에는 각각 타코미터와 연료게이지를 아날로그 형태로 배치했다. 수온계는 별도로 달지 않았다. 연료게이지는 거대하지만 연비가 좋은 탓에 바늘이 늘 제자리다. 차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화면 크기가 작고 얇은 폰트를 써 시인성은 다소 떨어진다. 주행 관련된 경고나 알림 등이 계기판이 아닌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표기되는 점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전용 액세서리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장착됐다. 계기판 상단에 거추장스럽게 놓여있어 오히려 시야를 방해한다. 비추 옵션이다.

‘스마트 커넥트 Ⅱ’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원하는 대로 메뉴 위젯을 추가하거나 자리 배치를 바꿀 수 있자. 조작 역시 간편하다. 내비게이션은 ‘T맵’ 제품을 사용해 성능이 준수하다. 7개 스피커의 BOSE 프리미엄 사운드가 포함돼 있다. 안드로이드만 가능한 스마트폰만 미러링을 지원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폰 커넥티비티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쉽다.

후방카메라만 장착됐지만 후방 영상을 이어 붙여 마치 어라운드 뷰를 보는 것처럼 표시해주는 ‘이지 파킹’ 기능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기능은 같은 프랑스 브랜드인 푸조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공조장치는 풀 오토 사양이다. 별도의 정보창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다이얼에 온도가 표기된다. 바람세기도 별도의 다이얼을 마련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르노삼성의 많은 차들이 공유하는 기어레버는 일자 형태다. 조작이 간편하고 가죽을 덧대 고급스럽다. 쌩뚱 맞게 기어레버 하단에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달려있다. 르노 차의 특징이니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외형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지 않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프라이드나 엑센트 위트 등 국산 동급 소형 해치백에 비해 작다. 경차보다 살짝 큰 수준이라고 할까. 어린아이 등 체구가 작은 승객이 탑승하기 알맞다. 헤드레스트 면적이 상당히 넓어 머리를 편안하게 받쳐준다는 점, 앞좌석 시트 뒷면을 푹신한 소재로 마감해 무릎이 닿아도 불편함이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가운데 좌석은 앞좌석 콘솔에서 이어진 수납공간이 뒷좌석 센터터널까지 이어져 사실상 앉기 어려운 구조다. 천정에 마련된 안전벨트 역시 편안한 탑승과는 거리가 있다.

트렁크는 뒷좌석을 6:4로 접어 적재공간을 늘릴 수 있다. 해치백 만의 장점이다.재미난 점은 바닥매트를 들추면 꽤나 실용적인 수납공간이 추가로 마련돼 있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선다. 우렁찬 디젤 특유의 엔진음과 진동이 실내로 유입된다. 르노삼성의 다양한 차량에 두루 쓰이는 1.5L dci엔진은 두 자릿수의 출력이 무색할 정도로 차를 경쾌하게 밀어붙인다. 능숙한 수동 운전자가 조수석에 앉아 대신 기어를 넣어주는 느낌의 6단 DCT도 연결이 매끄럽다. 다만 일반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처음에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주행감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톡톡튀는 경쾌함과 단단함이 돋보인다.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에 갈고 닦은 노하우를 클리오에 집약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뛰어난 핸들링이다. 램프 구간처럼 깊은 코너를 빠른 속도로 진입해도 큰 쏠림 없이 가뿐히 돌아나간다. 무게감과 직결감이 느껴지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이 반복되는 코너에서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저속에서도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무겁다. 사이사이 골목길을 통과할 때나 주차 시에도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팔 힘이 약한 운전자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

QM3를 통해 경험한 바 있는 1.5 dCi 엔진과 6단 DCT가 만들어내는 연비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틀간 동부간선도로와 경기 북부 일대를 200km 가량 주행해 기록한 평균 연비는 17.3km/L다. 복합 연비인 17.1km/L를 웃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부간선도로 출퇴근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치다. 디젤의 경쟁력이 가장 크게 빛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클리오는 해치백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경쟁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다. B세그먼트 소형차 시장에서 연일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을 접수하고 오느라 늦었다’는 자신감 넘치는 카피 라이팅이 가능했던 이유다.

온갖 뛰어난 성능의 차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유럽시장에서 돋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구석구석 살펴본 클리오는 최근 출시된 차량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유니크한 디자인, 경쾌한 주행감각, 디젤 엔진의 탁월한 경제성, 세 가지가 크게 돋보인다. 여기에 수입차지만 르노삼성의 안정적인 정비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땅한 경쟁차가 없다는 것도 호재다. 단종을 앞두고 있는 현대 엑센트, SUV로 변해버린 기아 프라이드(스토닉),같은 프랑스 출신 푸조 208 정도다. 그마저도 엑센트는 1.4L 가솔린 사양만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고, 푸조 208은 비슷한 옵션을 더하면 가격 차이가 무려 400만원 이상 벌어진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 최근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실용과 스타일 모두 잡은 소형 SUV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해치백의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드는 실정이다. 가솔린 준중형차와 맞먹는 애매한 가격과 디젤엔진 단일사양만 판매된다는 점도 약점이다.

유럽에 판매되는 클리오는 가솔린 터보 사양이 마련되어 있다. 디젤엔진에 대한 국내소비자의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가솔린 모델의 출시가 필요한 때다. 문제는 국내 인증이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동 변속기를 단 고성능 라인업인 ‘RS’를 들여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해치백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 때 독일산 해치백이 수입차 시장에서 활약한 때가 있었다. 클리오 역시 가능성은 충분하다. 클리오가 국내 해치백 시장 부활의 선봉장이 될 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 줄 평

장점: 시선을 사로잡는 유니크한 디자인, 경쾌한 주행감각, 디젤의 압도적 경제성

단점: 일상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음과 진동, 급을 감안해도 좁은 뒷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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