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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과 상계동, 관악구 신림동에 각각 아파트 한채씩을 보유하고 있던 홍 모씨는 작년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거주하고 있는 중계동 아파트를 제외한 두채를 처분했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기 전에 파는게 좋겠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집 판 돈에서 전세보증금 빼고 남은 돈 5억원은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권하는 대로 절반을 예금에, 나머지 절반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넣어뒀다. 지금까지 펀드 손실이 20%를 웃도는데 그때 판 아파트는 각각 2억원 이상 훌쩍 올랐다. 순간의 선택이 자산가치를 갈랐다며 후회 중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는 올해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2% 하락했고 코스닥은 28% 떨어졌다. 반면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값은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전년말 대비 10.27% 올랐다. 지난 2006년 18.87% 오른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올해 증시에서 돈 빼서 집 산 사람들은 위너가, 집 팔아 펀드나 주식에 넣은 사람들은 투자에 실패한 셈이 된 것이다. 자산 늘리려면 역시 부동산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추가 주택구입에 대한 대출을 봉쇄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 새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 이들의 61%는 3년 내 아파트 구매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껑충 뛰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대출은 막혀 주택 구입을 포기했지만 기회가 오면 사겠다는 의지는 상당한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통 코스피지수와 서울 아파트값은 상관관계가 높았는데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동조화 현상이 깨졌다”며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탈동조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