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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세계 4위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이 6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반도체회사인 퀄컴 인수에 1030억달러를 공식 제안했다. 한국 돈으로 114조8000억원에 달한다. 역대 정보기술(IT) 업계 규모다.
이날 브로드컴의 발표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퀄컴 주주들에게 주식 1주당 현금 60달러와 주당 10달러짜리 브로드컴 주식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2일 퀄컴 주가에서 28%를 프리미엄으로 얹은 가격이다.
이번 인수 가격에는 퀄컴 부채 승계가 포함돼 있다. 부채를 포함하면 브로드컴의 실제 퀄컴 인수 가격은 1300억달러(약 144조9000억원)에 달한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부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의 최강자다. 표준기술특허를 포함해 통신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퀄컴을 인수해 통신칩과 AP를 합한 ‘원칩’ 형태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로드컴이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고 얼마 되지 않아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소식이 공개됐다.
브로드컴은 현재 싱가포르계 회사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반도체 회사 아바고에 넘어갔다. HP의 반도체 부문에서 출발한 아바고는 미국의 브로드컴을 사들인 뒤 아예 회사 이름을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운영 본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퀄컴은 “브로드컴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브로드컴이 제안한 인수가격이 너무 낮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이 현재 주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제시했지만, 기준이 되는 현재 주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게 퀄컴 내부의 판단이다.
퀄컴은 특허료 문제로 각종 소송에 직면했다. 이미 중국에서 60억8800만위안(1조500억원), 한국에서 1조300억원, 대만에서 234억 대만달러(87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유럽과 미국의 경쟁 당국도 퀄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퀄컴의 최대 고객인 애플은 “특허료가 부당하다”며 올 초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앞으로 퀄컴 칩을 쓰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슈들로 주가 과도하게 떨어진 시점이라는 것이다.
CFRA리서치의 알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는 “소송 등의 이슈로 퀄컴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면서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