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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IT·전자업계가 향후 20년간 100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겨냥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글로벌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재의 반도체시장(약 390조원)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자율주행차 시장을 놓고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양대 전자업체는 물론 미국의 인텔과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앞세운 엔비디아, 영국 ARM을 인수한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자웅을 겨룰 전망이다. 이들 IT·전자업체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인터넷업체 등과도 활발히 협력하며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GPU’ 앞세운 엔비디아의 질주…인텔·소프트뱅크 M&A로 외형 확대
16일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0억 달러(3조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엔 30배 이상 늘어난 960억 달러, 2035년엔 100배 수준인 29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자율주행차 시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반도체업체를 중심으로 한 IT·전자업체다. 특히 반도체업체들은 자율주행차의 두뇌와 눈에 해당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과 라이다(LIDAR·레이저 반사광 이용 거리 측정 센서) 등 핵심 부품들을 완성차업체에게 공급,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도체 기업은 엔비디아(NVIDIA)다. 19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PC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인 GPU인 ‘지포스’(GeForce) 시리즈로 유명했다. 하지만 PC시장이 2000년대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GPU 기술을 확장, 차량에 여러대의 카메라를 부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통의 IT강자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153억 달러(17조 4000억원)을 들여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모빌아이의 대표 제품인 고성능 비전 프로세서 ‘아이큐5’(EyeQ5)는 카메라센서로 들어온 영상을 기반으로 차선을 인식하거나 앞 차와의 거리를 인지한다. 또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사물인터넷(IoT) 분야 1위 반도체 기업인 ARM을 234억 파운드(약 35조 원)에 인수한 뒤, 지난 4~5월 자율주행차용 영상 처리장치와 AI 프로세서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GPU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가운데 인텔과 소프트뱅크 등 기존 강자들은 M&A를 통해 곧바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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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자율주행차 시장에선 한발 뒤처진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확대하며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와 부품을 공급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 전장사업팀을 발족하고 작년 11월 글로벌 전장 1위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9조 3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올 1월에는 독일 아우디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하만 인수를 계기로 지난 3월 5G 기술 기반 커넥티드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5GAA’의 신규 이사회 멤버로 선임되기도 했다. 전 세계 4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의 이사회 구성원 중 삼성전자는 유일한 전장 분야 기업이다. 여기에 하만은 지난 4일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 1위 기업으로 자율주행용 신규 플랫폼을 개발 중인 NXP반도체와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전장 사업의 방향은 결국 자율주행차”라며 “앞으로 차량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AI, 통신, 센서 기술 등이 융복합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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