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 "데뷔 60주년? 더 깊은 소리 하고 싶어"

9세 때부터 국악인의 길 걸어온 판소리 명창
"주저없이 밀고 나아가는 성격"으로 소리만 해
젊음·열정 유지 비결 "늙었다고 생각하지 안는 것"
이달 말 日 창극 공연…"모노드라마 도전해보고파"
  • 등록 2017-06-12 오전 5:05:28

    수정 2017-06-12 오전 5:05:28

판소리 명창 안숙선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안숙선 명창 국악인생 60주년 및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데뷔 60주년이라는데 특별한 소감은 없다. ‘내가 이만큼 발전했습니다’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앞으로 더 진솔하고 깊은 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웃음).”

판소리 명창 안숙선(68)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데뷔 60주년을 맞은 소회를 전했다. 안 명창은 “지금도 내 소리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더 깊고 넓은 예술로 승화한 소리를 하기 위해 건강을 챙기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안 명창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체력적인 에너지가 달라 소리공부를 몇 시간씩 하고 싶어도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데뷔 60주년을 맞는 소회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자”는 것이다.

9세부터 소리를 시작한 안 명창은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 ‘춘향전’의 춘향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1986년 판소리 다섯바탕을 완창했고 199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거쳤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소리를 했다. 국립창극단에 들어간 뒤에야 판소리의 정신을 알게 됐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판소리 이외의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안 명창은 “판소리 이외의 것에 관심을 빼앗기면 소리는 접어야 할 것 같아 소리 하나만 생각하며 당차게 밀고 나아갔다”며 지난 60년을 돌아봤다.

최근엔 예전에 녹음한 소리를 다시 듣고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자신의 소리가 ‘겉핥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났음에도 변함없는 것은 바로 소리를 향한 열정이다. 안 명창은 젊음과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을 “늙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늙었다’의 ‘늙’자도 생각하지 않고 소리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현재 안 명창은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에 첼리스트 정명화와 함께 예술거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상 속의 문화가치 확산을 목적으로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예종 산합협력단이 주관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로 3년째다. 안 명창은 동편제가 태동한 전북 남원 운봉읍 비전·전촌마을에서 주민과 함께 ‘국악마을’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안 명창은 “국악도 사람들이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는 생각에서 참여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발전한다면 국악이 소외되고 있다는 걱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2일과 24일에는 국립국악원과 함께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작은 창극 ‘토끼타령’을 공연한다. 한국의 초창기 창극을 재현한 작품이다. 안 명창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음악극이 있듯 창극은 우리 정서를 가장 잘 보여준다”며 “일본 관객 입맞에 맞추기보다는 우리 정서를 잘 살리려 한다”고 했다.

안 명창은 “앞으로 70주년, 80주년이 돼도 스스로 ‘명창’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웃었다. 지금도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다. “언젠가 배우 윤석화가 출연한 모노드라마를 본 적 있다. 멋있었다. 혼자 무대서 춤도 추고 정가도 부르고 민요도 부르는 모노드라마를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좋은 연출자만 만난다면 좋은 소리를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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