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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 매매시장은 재건축 연한 10년 단축 등을 담은 9·1 대책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집값은 내리막길로 돌아섰고,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반면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국회로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동산 3법’이라 불리는 규제 완화 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이달 15일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심리도 높은 편이다. 부동산 3법은 △재건축 초과이익 5년간 유예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조합원 2주택 이상 분양 허용 등을 담은 법안들로, 시장을 규제하는 부분을 완화 또는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동산 3법 이외에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 4%(전월세 상한제 대체안)와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다른 법안과 맞바꿔 ‘빅딜’이 성사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은 한 차례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은 국회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1 부동산 대책 100일…주택시장 어떻길래?
거래량이 줄면서 실거래가도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전용면적 41.98㎡형 아파트는 지난 10월 6억75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6억540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 새 2000만원 이상 집값이 하락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 센트레빌 전용 71.49㎡형 아파트도 4층이 지난 10월 6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조망이 더 좋은 8층이 4000만원 싼 6억원에 팔렸다.
반면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1 대책 이후 전국 전셋값은 1.66% 올랐고, 서울·수도권은 2.25% 뛰었다. 서울지역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이달 첫주 기준 63.95%로 1년 전보다 6.96%포인트나 올랐다.
“12월 임시국회…시장 향배 판가름”
이달 임시국회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법안이다. 여당은 기존 폐지 법안에서 한발 물러서 5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수정법안을 내놨다. 2년간 유예하는 한시법안이 이달 말 종료되면 내년 규제안이 살아나 재건축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2년 전에도 야당이 유예법안에 동의한 만큼 이번에도 관련법 통과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당이 밀고 있는 전·월세 전환율 ‘기준금리+2%’대로 제한하는 안과 계약갱신청구권도 통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의 반대가 심하지만 여당은 다른 현안 법안과의 빅딜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나마 시장에 한줄기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주택시장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3법 처리 뿐”이라며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단기적인 임대료 급등 등의 부작용과 함께 임대차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지점 부동산팀장은 “전세 전환율을 제한하면 오히려 월세 공급이 다시 전세로 돌아서는 동시에 전셋값을 끌어 올릴 것”이라며 “결국 다주택자가 줄어 민간 임대 공급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