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관계자는 2일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외국산 원전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여부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 마무리 될 지 모른다”며 “한수원의 보고가 완료돼야 원안위 차원의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감사원이 외국산 원전부품의 표본에서 시험성적서 위조혐의를 적발, 모든 부품에 대한 조사를 권고하자 원안위는 지난 1월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외국산 원전부품 조사계획은 한수원이 먼저 자체조사를 하면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한수원 조사내역을 다시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의 최종 보고서는 원안위가 작성한다.
한수원은 현재 가동 원전 23기와 건설 원전 8기에 납품된 외국산 원전부품의 시험성적서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외국의 시험인증기관(시험서 발행기관)에 의뢰해 진본 여부를 파악한다. 한수원과 원안위에 따르면 시험성적서 수는 가동원전에서 약 4만 5000건, 건설원전에서 약 4만 3700건으로 집계된다.
한수원은 이들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35개 국가의 2380개 시험기관들에 이메일이나 전화, 직접방문 등으로 의뢰해 위조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조사를 계획한 원안위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이 업무를 맡은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 시험서 발행기관들이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로선 설득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안위는 지금까지 한수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해 업무진척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특히 조사 도중 위조혐의를 발견하면 원안위에 즉시 해당 건을 보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보고는 전혀 없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산 원전부품이 그만큼 문제가 없거나 아니면 한수원의 조사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의 자체조사가 마무리되도 문제는 남는다. 해외 시험기관 비협조로 시험성적서 진위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조사계획 발표 때 “외국업체 계약부품에 대한 안전관리 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도출된 내용은 없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원전부품 조사는 쉽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판단으로 시작했는데 사전준비가 너무 부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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