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수도권 전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세 수요는 느는 데 물건이 많지 않아 전셋값 상승세도 뚜렷하다. 저금리 심화에 따른 ‘반전세’(보증부 월세) 선호에다 신규 입주 물량 부족,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 등이 겹치면서 전세대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재건축 연한 단축과 청약 자격 완화 등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호가 위주로 많이 오른데다 매물도 귀해 내 집 마련 계획을 접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전세시장 불안 요인이다.
서울 전세 품귀현상 심화… 가격도 상승세
16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9월 첫째 주까지 서울지역 전셋값은 0.11% 뛰었다. 추석 연휴가 겹쳤던 지난 주에도 0.02% 올랐다. 강남(0.08%)·강서(0.06%)·서초구(0.05%)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7단지 전용 84㎡형 전셋값은 4억3000만~4억5000만원으로 보름 새 2000만원 올랐다.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전용 74㎡형도 한달 전보다 3000만원 올라 5억3000만~6억3000만원 선이다.
저금리 기조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상품 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늘겠지만 서울은 작년보다 약 3000가구 줄어든 1만4301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도 단기적으로는 악재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개편 등을 통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집주인들의 매매 호가 인상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전세로 다시 눌러앉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과거 투자 수요가 중심이던 시절에는 호가가 올라가더라도 추격 매수가 일어났지만, 실수요자 중심인 요즘에는 호가가 오르면 거래가 잘 안된다”면서 “올 가을 전세난은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이주 본격화…재건축발 전세대란 우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순차적으로 강남 일대 대규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이르면 올해 말부터 2016년까지 이주에 들어갈 강남권 아파트는 2만5000여가구에 이른다.
이러다보니 주변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고덕주공 2단지 인근에 있는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 전셋값은 한달 전보다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강일리버파크 전용 84㎡형은 현재 3억2000만~4000만원 선에, 고덕리엔파크 전용 84㎡형은 3억9000만~4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본격화되면 주변 지역 전세난은 불가피하다”면서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이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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