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책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휩쓸고 있다. 또한 주요 언론들은 이 40대 초반의 젊은 경제학자 이름 앞에 ‘신드롬’이니 ‘경제학계 록스타’니 하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마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상시키는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불평등이다.
무려 68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피케티 교수의 모국인 프랑스는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5대 선진국을 대상으로 200여년간 통계를 집계하고 분석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러 왔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부자들만 더 부유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결국 “조세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소득 불균형은 결코 완화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 피케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누진 부유세를 동시에 도입하는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국부(國富) 비중을 과감하게 늘리자고 역설한다.
실제 통계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에서 지난 1975년부터 경제위기 전까지 소득 증가분의 80%를 소득상위 10% 고소득층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가장 부유한 다섯 일가 재산이 소득하위 20% 전체 재산보다 많고 중국에서도 상위 10% 계층 보유 자산이 전체 자산의 61%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원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응용수학자 사파 모테샤리는 소득 불균형이 궁극적으로 문명 붕괴라는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나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엘리시움’ 등 근래 소득 불균형과 빈부 격차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 영화들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진 전 부총리 경고처럼 이제 이런 상황을 더이상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득 격차에 따른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이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좀 먹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다음달 11~12일 이틀간 공동 개최하는 제5회 세계전략포럼(WSF)이 ‘21세기 소통의 위기: 진단과 해법’이라는 주제를 설정한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피케티 교수처럼 급진적이고 다소 비현실적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정한 소통이라는 점진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을 통해 다양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