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중국, '흡연천국' 오명 벗을 수 있을까

  • 등록 2014-04-23 오전 6:01:01

    수정 2014-04-23 오전 6:01:01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은 ‘흡연 천국’이다. 금연구역이 점차 확대돼 가고 있는 한국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 뜻밖의 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실내에서 피는 것은 다반사고 건물 엘리베이터 안이나 자동차 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도 자연스럽다. 심지어 대중목욕탕 탕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담배 권하는(敬煙·징옌)’ 것도 하나의 풍습이다. 흡연자나 비흡연자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권한다. 다른 사람에게 담배를 권하지도 않고 담배를 먼저 입에 무는 행동은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담배 인연도 깊다. 전임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은 애연가로 유명하다. 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담배 종류도 다양하다. 저렴한 것은 한 상자에 한화로 1000원이 안되는 담배도 있고 비싼 것은 5000위안(약 88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각자 주머니 사정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중국의 흡연 인구수는 세계 1위다. 현재 추산되는 중국 흡연 인구수는 3억5000만명으로 세계 흡연자 11억명 중 31%를 차지한다. 중국 담배회사들의 연간 총 생산량은 1조7000억개비로 세계 2위 미국보다 2.5배 많다.

이랬던 중국에 최근 금연령이 떨어졌다. 올해 초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새 규정을 발표하고 범정부 차원의 금연운동에 앞장서기 위해 국가위생위 청사에서 전면 금연을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중국 수도인 베이징시(市)는 공공장소 흡연과 관련해 공공장소 관리 책임자에게 최고 1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금연법령을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다수 실내 공공장소나 실내 사업장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실내 공공장소에 대한 완전한 금연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이러한 시도는 최근 지도부가 강력히 추진중인 질적인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선진국에서 담배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 흡연율은 좀처럼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민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시행될 지 미심쩍어 하는 눈초리가 많다. 지난 2012년 말에도 중국은 ‘담배규제 계획 2012-2015’를 발표하고 2015년까지 공공장소 전면 금연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로 중국이 질적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중국은 지난 30년 가파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보여온 저력을 과시한 국가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현재 소득 수준에서 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자체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소득이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국은 현재 수준에서도 7%대 성장률을 일궈내고 있다. 이는 글로벌 20%를 웃도는 성적이다. 중국은 이처럼 놀라운 상위 20% 성적을 지난 30년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뚝심 있는 정책 운용에 성장 초기에는 쇼크 한 번 발생한 적이 없다.

이런 중국이 이제 질적인 성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얼마나 어떻게 변신해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줄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다소 더뎌 보여도 중국이 질적 성장을 일궈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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