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쪽의 압승', 박근혜 변해야

  • 등록 2012-08-21 오전 7:00:00

    수정 2012-08-21 오전 7:00:00

새누리당 대선 경선은 박근혜 후보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박 후보는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등장해 야권의 남성후보와 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84%라는 기록적인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거둔 압승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투표율(41.2%)은 2002년 ‘이회창 대세론’때의 투표율 53%에도 한참 못미친 역대 최저다. 열세지역인 호남지역이 20%대에 머물렀고 서울 인천 경기 등 유권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투표율도 전국평균을 밑돌았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야당에서는 당장 “40%대의 경선투표율은 당원들조차 등을 돌린 경선”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압승에도 불구 저조한 투표율은 문제)

다른 네 난장이후보를 손쉽게 누르기는 했지만 박 후보의 앞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경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이 이제 완벽한 ‘박근혜당’이 된 점이 부담스럽다. 경선전부터 이미 친박 인사 일색으로 당이 짜여진 데다 박 후보의 언급에 대해서는 일체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통할 정도다. 이같은 절대권력자의 이미지는 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강점으로 인식되는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는 언제든지 ‘독선과 아집’으로 비쳐질 수 있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런 당내 독주 분위기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자칫 이명박 정권처럼 특정 인맥만 선호하는 ‘불통’의 정치를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는 먼저 비박 출신 등 소외 세력을 아우르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수도권이나 2040 등 비지지층이나 이재오 정몽준 의원등 당내 비토세력에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라북도 지역을 거의 찾지 않는 등 박 후보의 지역적 편향도 고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일부 지역의 반쪽 지지만 얻어서는 안된다.

(유연, 투명함과 포용력을 갖춰야 )

우리는 특히 박 후보가 그동안 ▲5.16 역사인식 ▲정수장학회 ▲공천헌금 수사 등 그동안 논란이 됐던 껄끄러운 이슈에 투명하고 분명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20일 경선 당일만 해도 공천헌금 의혹을 받아온 현영희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다 실신했다.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박 후보는 철저히 규명하고 자를 것은 과감하게 잘라야 한다.

정수장학회 등에서도 날카로워질 검증의 칼날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고 뚜렷하게 소신을 밝혀야 한다.

5년 전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였을 정도로 우직했다. 그것이 지금의 박 후보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부터 필요한 건 유연함이다. 박 후보가 달라지고 덩달아 새누리당도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연말의 본선에서도 희소식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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